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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과소비 국가, 보험 영역 확대가 능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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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과소비 국가, 보험 영역 확대가 능사 아니다

입력
2018.02.19 20: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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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벌써 두 달이 지나간다. 지난 해 엄청난 변화를 겪어 오늘을 변함없이 살고 있다는 게 기적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필자가 맡은 초음파ㆍ컴퓨터단층촬영(CT)ㆍ자기공명영상(MRI) 등 의료영상 전문가모임인 대한영상의학회 회장 임기가 이달이면 끝난다.

3년 전 회장직을 수락하면서 70년 역사의 학회를 어떻게 이끌지 치열히 논의해 내세웠던 세 단어가 있다. ‘개방(Open)’ ‘균형(Balanced)’ ‘지속가능(Sustainable)’이다. 이 세 단어의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지난 3년간 무던히 애썼다. 다른 조직도 이 세 단어를 한 번쯤 점검해 봄직하다.

국가가 비밀리에 운영되면 어떤 결과가 생기는지 지난해 잘 보여줬다. 항상 연결된 현재세상에서 닫힌 조직은 미래가 없다. 어떤 조직이건 균형이 유지돼야 건강하다. 몸도 마찬가지다. 잠시 균형이 깨져도 다시 맞추려고 노력해야 건강할 수 있다.

설 연휴가 막 지났다. 민속놀이인 널뛰기와 그네타기에서 균형을 생각해본다. 일시적인 불균형에서 재미를 느끼는 놀이다. 하지만 곧 거대한 힘이 균형상태로 되돌려 놓는다. 균형이 깨지는 재미에 취하면 사고가 날 수 있다.

우리 의료를 생각해본다. 전 세계를 통틀어 최저비용으로 최고 의료서비스를 누리는 나라가 우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매력적인 상황은 원하는 바일지는 몰라도 지속되긴 어렵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의료 과소비국가이기에 더 그렇다. 자료를 들여다보면 쉽게 이해된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따르면 가장 병원을 많이 찾는 우리나라의 1인당 의료비 지출은 양적인 면에선 중간 정도이지만 증가속도 면에선 가장 빠르다. 이 속도로 늘면 계속 지속되긴 어렵다. 지난 10년간 대한영상의학회 회원(의사)는 33% 늘었지만 CT 검사횟수는 3.6배로 늘었다.

우리의 CT검사 과소비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병원에 가서 원하면 검사를 모두 받을 수 있는 의료환경에서 이처럼 과소비가 늘면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균형 유지를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불행한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정부 의료정책 가운데 의학적 비보험영역 부문을 모두 보험영역에 넣겠다는 정책에 논란이 많다. 병원이 보험영역 진료수익만으로는 손해나는 구조여서 비보험영역 수익으로 메우고 있다는 건 모두다 아는 사실이다.

이런 비정상을 정상화하려는 노력은 당연하다. 하지만 비정상을 균형있게 바꾸는 게 현명한 일이다. 국민이 원하는 바이기에 의료비를 모두 보험으로 적용해주겠다는 간단명료한 정책은 정치적 메시지로는 훌륭할지언정 균형잡힌 현명한 정책으로 보긴 어렵다.

이런 정책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우리 후세에게 어떤 부담을 줄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의료서비스를 계속 누리려면 국민이 뭘 부담하고 어떤 불편을 각오할지 분명히 이해하도록 설명해야 한다.

‘공짜 점심은 없다’. 좋은 걸 누리려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 대가를 치를 생각 없이 좋은 서비스를 무한히 누리려 하면서 뻔한 결과에 눈을 감으면 결과는 시쳇말로 ‘스튜핏’이다.

이 점에서 독일이 부럽다. 지구상에서 지속가능문제를 가장 깊이 고민하는 나라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우리는 어쩌면 이를 가장 소홀히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독일 의회가 마련하고 여러 조직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만든 약속인 ‘지속가능규범(German Sustainability Code)’ 을 살펴보고 배워야 한다. 핵심은 어떤 조직이 어떤 결정을 하든 후세에 큰 부담될 결정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요즈음 여러 정책을 추진하는 분들께 꼭 한번 살펴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김승협 대한영상의학회 회장(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김승협 대한영상의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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