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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별 강점 살려 ‘포스트 차이나’ 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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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별 강점 살려 ‘포스트 차이나’ 다진다

입력
2018.02.21 18:0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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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아세안, 선택과 집중으로 승부하라

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 현지 지점에서 직원이 고객을 맞고 있다. 우리은행 제공
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 현지 지점에서 직원이 고객을 맞고 있다. 우리은행 제공

하나은행은 지난 2007년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인 ‘빈탕 마눙갈’을 인수해 현지법인 ‘PT뱅크하나’를 출범시켰다. 2014년엔 옛 외환은행의 인도네시아 현지법인과도 합병, ‘PT뱅크KEB하나인도네시아’로 이름을 바꿨다. 인수 당시 현지에서 120위권(자산 기준)에 머물렀던 이 은행은 지난해 30위권까지 껑충 뛰어올랐다. 같은 기간 5개에 불과했던 지점도 61개로 급증했다. KEB하나은행이 해외에서 총 24개국에 걸쳐 146개 네트워크(지점, 현지법인 사무소 등)를 두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인도네시아의 비중은 꽤 높은 편이다. 하나금융그룹은 2016년 30억원을 들여 정보기술(IT) 법인까지 설립하는 등 인도네시아를 동남아 지역 공략의 교두보로 삼기 위해 공을 기울이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금융회사들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동남아시아 지역을 ‘포스트 차이나’로 보고 적극 진출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인도네시아는 집중 공략 대상이다. 인도네시아는 일단 인구가 2억6,000만명으로 세계 4위 규모인데다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연 평균 6% 안팎이 이어질 정도로 잠재력이 크다. 세계적인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인도네시아가 5%대 경제성장률을 지속할 경우 2050년엔 중국 인도 미국에 이어 네 번째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찍부터 인도네시아에 선제적 투자를 단행한 하나금융은 이미 성과도 남다르다. PT뱅크KEB하나인도네시아는 지난해 말 총 자산 3조1,501억원 당기순이익 604억원을 기록, 하나은행 해외 법인 중 최고의 실적을 올렸다. 최근 3년간 평균 당기순이익 증가율도 32.5%에 달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전체 직원 1,153명 가운데 현지직원이 1,142명(99%)이나 되고, 현지 고객 비율도 90%에 이른다”며 “철저한 현지화 덕분에 토착은행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301개의 해외지점을 갖고 있는 우리은행도 인도네시아에만 153개의 네트워크를 구축한 상태다. 2014년 인도네시아 소다라은행을 인수해 출범시킨 ‘우리소다라은행’은 현재 우리은행 해외법인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지난해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1억 달러 증자 등 은행의 전폭적 지원을 받으며 동남아 거점 지역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상반기 중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 두 곳을 인수한 뒤 합병해 연말까지 현지 법인을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OK저축은행 등을 계열사로 둔 아프로서비스그룹도 지난해 국내 비은행 계열 금융회사로는 처음으로 현지 상업은행인 안다라은행을 인수하며 은행업에 뛰어들었다.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이 난립하는 지방은행의 수를 줄이기 위해 ‘외국 금융사가 자국에 진출할 경우 현지은행 2곳 이상을 인수ㆍ합병(M&A)해야 한다’는 조건을 건 만큼 합병을 통해 인도네시아 시장에 뛰어드는 금융사는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해외진출이 늦은 KB금융그룹은 중소기업(SME) 대출 및 소액대출(마이크로파이낸스)을 중심으로 캄보디아와 미얀마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 소매금융 시장에서 명실상부한 강자인 만큼 해외서도 강점을 살려 소상공인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전략이다. 윤종규 회장은 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에서 “KB가 경쟁사에 비해 글로벌 진출에 다소 뒤처져있지만 인도네시아, 미얀마, 캄보디아 등 성장 속도가 빠른 아시아 지역에 집중함으로써 격차를 줄여나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리브(Liiv)KB캄보디아’로 모바일뱅킹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타행송금이 어렵고 모바일로 결제하는 인프라가 부족한 현지 사정을 고려해 송금ㆍ현금인출ㆍ계좌입금ㆍ결제 등 기본적인 금융서비스를 오프라인 채널을 거치지 않고 모바일에서 곧 바로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해 출시 1년6개월여 만에 가입자 3만여명을 확보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리브KB캄보디아를 통해 캄보디아 내 디지털 금융 주도권을 키우고 있다“며 “미얀마, 베트남 등 다른 동남아시아국가로도 확산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후발주자인 NH농협금융그룹은 지난달 미얀마 재계에서 가장 큰 ‘투’(HTOO)그룹과 농기계 할부금융과 종자사업 등을 위한 다각적 업무협약(MOU)를 맺는 등 농업부문의 강점을 살려 동남아에 진출하겠다는 복안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농업 중심 개발도상국에 협동조합형 모델을 전수함으로써 다른 금융사와 차별화를 꾀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험업계도 동남아 시장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보고 뛰어든 상태다. 삼성생명이 1997년 세운 태국법인 ‘타이삼성’은 지난해 2분기 당기순이익 3억4,000만원을 기록, 흑자로 돌아섰다. 2013년부터 인도네시아 시장에 주력하고 있는 한화생명은 2025년까지 설계사 인원을 1만2,000명 수준으로 늘리고 지점도 44개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에서 성장한 경험이 있어 동남아 국가의 현실을 이해하고 시장을 개척하는 데 유리한 측면이 있다”며 “적극적인 현지화와 장기적인 시각으로 해외 시장 안착을 도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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