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철수설로 논란이 일고 있는 한국GM에 대해 국세청 세무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GM 본사가 연구개발비로만 매년 6,000억원 이상을 받아가는 등 한국GM의 이익을 줄여 조세회피를 했다는 것이다.
안원구 전 대구지방국세청장은 23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 같이 주장했다. 안 전 청장은 한국GM의 2대 주주(지분율 17%)인 산업은행도 한국GM의 현 경영진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GM의 감사보고서 등을 종합하면 한국GM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GM 본사에 연구개발비로 1조8,580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기간 한국GM의 누적 손실(1조9,718억원)과 비슷한 액수다. 한국GM은 경영 상황이 전혀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서도 지난해 연구개발비 6,140억원을 GM에 납부했다.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도 연구개발비를 줄이지 않고 꼬박꼬박 챙겨간 것이다.
GM은 한국GM을 대상으로 고리대금업까지 했다. GM은 2001년 대우자동차(지금의 한국GM)를 인수하면서 갚아야 할 12억달러를 직접 부담하지 않고 한국GM에 빌려주는 형식으로 2012년과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채권단에 냈다. 문제는 국내 완성차 업체에 대한 차입금 이자율의 두 배가 넘는 연 5% 고리 이자였다는 점이다. GM은 이런 방식으로 한국GM이 적자를 볼 때마다 연 4.7~5.3%의 고리 자금을 빌려주며 한국GM의 경영을 악화시켰다. 2016년말 기준 총 차입금은 2조9,700억원이며,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이자로 챙겨간 돈만 4,620억원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GM은 2013년 유럽 시장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할 때도 한국GM에 철수 비용 2,916억원을 부담하게 했다. 국내 다른 자동차 업체보다 10% 포인트 높은 가격으로 부품 등 원재료를 공급하고 한국GM이 만든 완성차는 싸게 사가는 등 한국GM을 ‘속 빈 강정’으로 만들어갔다.
이에 대해 안 전 청장은 “한국GM의 이익을 미국 본사의 이익으로 가져간 현금 뽑아먹기”라며 한국 정부에 내야 할 세금을 미국 국세청에 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선 우리 국세청이 나서서 세무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미국 국세청과 협의를 통해 세금을 받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한국GM의 2대 주주인 산업은행에 대해서는 “미국 본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전부 한국GM에 떠넘기면서 손해를 입은 만큼 한국GM 경영진을 업무상 배임으로 고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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