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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로봇 판매 되면… 사회ㆍ법적 문제 우려

입력
2018.02.26 04:4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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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성인 로봇 전문업체

CES서 선보인 ‘하모니’ 상품화

감성 대화에 야한 농담도 가능

전문가 “이성에 배려ㆍ사랑 없어

인류의 보편 가치 무너뜨려”

섹스중독ㆍ이혼 등 부작용 예상도

[저작권 한국일보]박구원기자
[저작권 한국일보]박구원기자

#. 퇴근 후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싫어 술자리 만들기에 바빴던 노총각 A씨는 요즘 술 약속을 잡지 않는다. 집에 가면 A씨를 따뜻하게 반겨주는 금발의 파트너가 있기 때문이다. 이 파트너는 인공지능(AI)과 성인용 인형이 결합된 이른바 ‘섹스로봇’. A씨는 “여성에게 호감을 사려고 돈과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어졌다”며 만족해 했다.

#. 결혼 10년차가 넘은 주부 B씨는 최근 이혼을 결심했다. 1년 전 남편이 구입한 섹스로봇이 화근이었다. 개방적인 B씨는 ‘쿨’하게 구입에 동의했지만, 생각했던 그 이상이었다. 남편은 B씨와 같이 보내는 시간이 현격히 줄었고, 심지어 B씨를 여자로 보지 않는 듯했다.

현실 속 얘기가 아닌 것 같지만, 인공지능을 탑재한 섹스로봇이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들어온다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사례들이다.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섹스로봇이 미국에서 곧 출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정신의학계나 법조계 등에선 섹스로봇이 독신자, 노인, 장애인 등 성소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긍정적 측면이 있긴 하지만, 섹스로봇의 공습이 우리 사회에 예사롭지 않은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국내 유입될까

논란의 섹스로봇은 미국의 성인 로봇 전문업체인 어비스 크리에이션(Abyss Creation)이 개발해 지난 달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18'에서 선 보인 하모니(Harmony). 실제 사용자와 감성 대화나 야한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고, 얼굴 표정도 실제와 비슷하게 재현돼 관람객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가격은 8,000달러에서 1만달러, 우리 돈으로 1,000만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런 섹스로봇이 미국에서 양산된다 해도 국내에 정식 수입될 수는 없다. 관세법 제234조는 ‘헌법질서를 문란하게 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풍속을 해치는 물품’은 수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법은 법일 뿐, 섹스로봇의 국내 유입은 시간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국내 성인용품판매점과 인터넷 성인용품 쇼핑몰에서 섹스로봇의 전 단계인 성인용 인형(리얼돌)도 버젓이 팔리고 있다. 미혼 남성인 신모(36)씨는 “인터넷 성인쇼핑몰을 통해 일본에서 직수입한 리얼돌을 주문해 구입했다”며 “가격이 비싸도 성적 만족을 더 얻을 수 있다면 섹스로봇 구입도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인간정서 황폐화 우려

전문가들은 그러나 섹스로봇은 사회적으로 여러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신의학계에서는 인간정서의 황폐화를 우려한다. 성의학 컨설팅을 하는 강동우 전문의는 “이성에 대한 호기심, 배려, 사랑이 배제된 채 오직 편리하게 섹스를 할 수 있게 되면 인류가 지금까지 지켜온 사랑 교감 행복 등 보편적 가치가 무너질 수 있다”며 “섹스로봇에 길들여지면 지면 실제 이성과의 만남과 교제가 불가능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한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신경인류학자)는 “섹스로봇과의 성행위는 의미 있는 정서와 유리된 탐닉행위에 불과할 뿐”이라며 “섹스로봇의 외양은 실제 이성의 성적매력보다 과장된 ‘초정상자극’을 유발시켜 도박과 알코올처럼 인간의 정서를 황폐화시킬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섹스중독도 문제다. 김탁 고대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자신만 원하면 언제든지 섹스가 가능해 섹스중독이 우려 된다”며 “특히 아직 자아가 성숙되지 않은 청소년들이 섹스로봇에 노출되면 위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B씨의 가상사례처럼 법적인 문제도 야기될 수 있다. 이인재 변호사(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대표)는 “섹스로봇이 정상적 결혼생활을 어렵게 한다면 이혼 사유가 충분히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탁 교수는 “고가의 섹스로봇을 개인이 구입하기 힘들기 때문에 ‘섹스로봇 카페’ 등을 통한 상업적 행위가 발생했을 때 ‘매춘’으로 인정해야 할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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