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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한, 문 대통령의 비핵화 요구에 진전된 입장 내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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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한, 문 대통령의 비핵화 요구에 진전된 입장 내놔야

입력
2018.02.26 19: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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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폐막식에 참가했던 이방카 트럼프 미국 대표단 일행이 26일 출국했다. 주한 미대사관 등에 따르면 이들은 방한 기간에 일절 북한 인사와 접촉하지 않았다. 북미 실무접촉에 대한 기대감이 컸기 때문에 아쉽지만 북미 대화의 여건 조성 기회는 아직 남아 있다. 특히 북한이 사실상 비핵화를 의제로 한 북미대화에도 나설 뜻을 밝혀, 양측 간 탐색ㆍ예비대화의 진전이 주목된다.

북한과 미국이 직접 대화와 관련해 전향적 의사를 주고 받으면서 초보적 수준의 대화 분위기는 무르익고 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25일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북미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고 밝힌 데 대해 백악관은 "북한의 메시지가 비핵화로 가는 길을 따르는 첫걸음을 의미하는지 지켜볼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북한이 어떤 의제의 대화라는 걸 분명히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조심스럽긴 하지만 비핵화 의지를 알아보는 탐색적 대화에는 나설 수 있다고 호응한 셈이다.

문 대통령이 김영철 앞에서 북한 비핵화를 직접 천명한 사실이 추가로 알려지면서 북미관계는 더욱 흥미진진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6일 “문 대통령이 어제 김영철 등 북한 대표단을 만나 한반도 비핵화 필요성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김영철은 특별히 반응하지 않고 문 대통령의 말을 경청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의 비핵화 발언에도 김영철이 ‘북미대화 용의’를 거론한 것은 비핵화를 의제로 한 북미대화를 수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청와대가 전날 면담 직후에는 함구하다가 비핵화 언급 사실을 추가로 공개한 것을 둘러싼 논란이 없지 않지만 결과적으로 미국 백악관의 궁금증을 풀어준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청와대의 의도와 상관없이 백악관의 추가 입장이 주목되는 이유다.

문 대통령이 김영철과의 면담 자리에서 비핵화에 대해 어느 수준까지 거론했는지도 관심거리다.문 대통령이 그 동안 ‘동결→폐기’의 2단계 북핵 해법을 강조했던 점에 비춰 단계적 로드맵을 설명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북미가 탐색적 대화의 입구에서 신경전을 벌이는 마당에 로드맵을 새삼 강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2단계 북핵 폐기론은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 논의를 위한 대화의 장으로 나오는 순간부터 상응 조치를 협의하는 것이지만 ‘대화 시작에 대한 보상이 없다’는 게 미국 입장이어서 아직 현실성도 높지 않다.

평창올림픽 개회식에서 북미대화가 한 차례 불발하긴 했지만 올림픽 기간 우리 정부가 보여준 ‘중재외교’의 가능성은 고무적이다. 문 대통령은 26일 류옌둥(劉延東)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만난 자리에서도 "미국은 대화의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고, 북한도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북미 양측을 향해 대화 촉구 메시지를 보냈다. 특히 북한이 비핵화 의제 테이블에 나올 의향을 밝히긴 했지만 조금 더 진전된 입장이 필요하다. 평창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했던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생산적 북미대화의 출발점으로 ‘비핵화를 위한 약간의 움직임’을 거론했던 사실을 북한이 똑똑히 기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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