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공부문 성희롱ㆍ성폭력 근절 보완대책 발표
정부가 사회 각계에서 쏟아지는 ‘미투(Me too)’ 운동과 관련, 성희롱ㆍ성폭력 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 공직사회부터 엄정 처벌하기로 했다. 성희롱ㆍ성폭력 대책을 추진할 컨트롤타워도 여성가족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신설해 범정부 협력도 강화한다. 앞으로 100일간 공공부문 성폭력 특별신고를 접수하고, 성폭력 범죄로 3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된 공무원은 즉시 퇴출된다.
여성가족부는 27일 기획재정부ㆍ교육부ㆍ행정안전부ㆍ인사혁신처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런 내용의 '공공부문 성희롱ㆍ성폭력 근절 보완대책’을 마련해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발표된 ‘공공부문 성희롱 방지 대책’의 후속 성격이다.
정부는 우선 공공부문 내 성폭력 피해자가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 없이 사건을 신고할 수 있도록 ‘직장 내 성희롱ㆍ성폭력 특별신고센터’를 마련해 100일간 한시적으로 운영한다. 신고센터는 한국여성인권진흥원 홈페이지에 비공개 게시판 형태로 개설된다. 별도의 전화 회선을 이용하거나 방문ㆍ우편 접수도 할 수 있다. 여가부는 접수된 사건을 검토해 관련 기관에 조치를 요청하고 가해자 격리 등 피해자가 보호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성범죄 친고죄 규정이 폐지된 2013년 6월 이후 사건은 수사기관에 신고ㆍ고발조치한다.
성폭력을 저지른 공무원에 대한 제재도 강화된다. 정부는 국가공무원법을 개정해 성폭력 범죄로 300만원 이상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당연퇴직으로 즉시 퇴출시키기로 했다. 당연퇴직을 당하면 파면ㆍ해임과 달리 소청심사나 행정소송 등 구제절차를 밟을 수 없다. 현행법은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성폭력 범죄가 아니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았을 때 당연퇴직하게 돼 있다. 형사처벌이 아니라도 성희롱 등으로 징계를 받은 공무원은 실·국장 등 관리자 직위에 오르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성폭력 사건을 보다 엄중히 처리하고 부당인사 등 불이익을 막을 방안도 마련했다. 피해자가 직급과 무관하게 중앙고충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할 수 있도록 국가공무원법이 개정된다. 현재는 6급 이하 공무원의 경우 각 기관에 있는 보통고충심사위원회에 사건을 접수하게 돼 있다.
정부는 기관마다 외부 전문가를 투입해 사건 축소ㆍ은폐를 막고 조사·상담을 지원하는 ‘성희롱 고충처리 옴부즈만’ 제도를 권고하기로 했다. 변호사ㆍ노무사 등 관련 전문가들로 ‘직장 내 성희롱 사건처리 솔루션 위원단’을 구성해 필요한 현장에 파견할 계획이다.
인사혁신처는 성폭력과 관련한 부당한 인사행정을 제보할 수 있도록 ‘인사불이익 종합신고센터’를 구축한다. 피해자ㆍ신고자 보호 등 적극적 구제조치를 기관장의 의무로 규정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교육부는 모든 대학을 대상으로 성폭력 신고센터 운영실태를 조사하고 사건을 은폐·축소했다고 의심되면 여가부와 함께 특별점검을 나가기로 했다. 성폭력이 명확한 교원의 경우 소청심사 때 징계감경에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계획이다.
정부는 공직사회를 넘어 사회 전반의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여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범정부 협의체를 구성하고 28일 국장급 회의를 연다. 이와 별도로 관계 부처가 참여해 대책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사건에 대응하는 '성희롱·성폭력 근절대책 추진점검단' 설치도 검토한다. 민간 부문 대책은 빠르면 다음주 고용노동부가 발표할 예정이다. 정 장관은 “권력관계를 이용해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성희롱 성폭력은 뿌리 뽑아야 할 심각한 범죄”라며 “힘들게 고백한 사실이 구조적으로 해결되게 노력하고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 보호조치, 가해자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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