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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 수능 수학서 ‘기하’ 제외 확정… 과학계 “4차 산업혁명에 역행”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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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 수능 수학서 ‘기하’ 제외 확정… 과학계 “4차 산업혁명에 역행” 반발

입력
2018.02.27 15:3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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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ㆍ3D프린팅 등 신기술 핵심”

교육부는 “학습 부담 최소화”

지난해 11월 17일 서울 용산구 용산고에서 고3 학생들이 같은 달 23일로 연기된 2018 대학수학능력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지난해 11월 17일 서울 용산구 용산고에서 고3 학생들이 같은 달 23일로 연기된 2018 대학수학능력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올해 고1 학생들이 치르는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수학 가형 출제범위에서 ‘기하’가 최종 제외됐다. 수학ㆍ과학계는 “기하는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기본 개념으로 출제범위에서 빠져선 안 된다”며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 같은 내용의 2021학년도 수능 출제범위를 확정해 시ㆍ도교육청과 일선 고등학교에 안내한다고 27일 밝혔다. ‘수험생 학습 부담 최소화’를 주요 원칙으로 했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가장 큰 변화는 수학 가형 출제범위가 ‘수학Ⅰ, 미적분, 확률과 통계’로 확정돼 기하가 빠진다는 점이다. 올해 고1부터 적용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기하가 ‘진로선택과목’으로 옮겨가면서 학생들이 주로 3학년 때 이를 선택하게 됐는데, 수능 출제는 2학년 때 배우는 일반선택과목까지만 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기하가 이과 수학 출제범위에서 제외된 것은 수능이 첫 시행된 1994년 이후 처음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하가 모든 이공계의 필수과목이라고 보기는 곤란하고, 대학이 모집단위별 특성에 따라 필요 시 학생부에서 기하 이수 여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학ㆍ과학계는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향숙 대한수학회장은 “기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표하는 로봇, 인공지능(AI), 3D 프린팅 등 신기술 개발에 매우 유용하게 활용되는 핵심 분야”라며 “더군다나 도형ㆍ좌표를 통해 공간을 이해하는 방식을 다루는 유일한 과목”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등 과학계도 최근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국가경쟁력을 낮추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역행하는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기하 제외가 세계적 추세와도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11개 수학학술단체 모임인 한국수학관련단체총연합회(수총) 관계자는 “일본은 이과 대입시험에서 기하, 벡터뿐 아니라 국내 교육과정에서 아예 제외된 복소평면ㆍ극좌표 등도 출제범위에 포함시킨다”며 “문과 시험에서도 삼각함수, 미적분을 비롯해 심화 수준 수열과 공간벡터 내용까지 선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외에도 영국과 호주, 싱가포르 역시 대입 시험(A레벨)에서 기하를 반영하고 있다는 게 수총의 설명이다.

출제범위가 줄어드는 수학 가형과 달리 나형은 ‘수학Ⅰ, 수학Ⅱ, 확률과 통계’로 결정돼, 기존 범위에는 없던 삼각함수, 지수함수와 로그함수 등까지 추가됐다. 이 밖에 영어, 과학탐구, 사회탐구, 직업탐구, 제2외국어ㆍ한문은 현행 수능과 동일하게 출제된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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