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시작’ 최순실보다 행정수반으로서 구형량 5년 높여
블랙리스트 등 최씨와 거리 먼 5개 혐의도 공모자 대부분 유죄
두 사건 맡은 1심 재판부 동일… 최씨 20년보다 중한 선고 가능성
검찰이 27일 국정농단 관련 재판에서 박근혜(66) 전 대통령에게 유기징역 상한선인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비선실세’ 최순실(62)씨에게 구형한 징역 25년보다 5년을 더했다.
검찰은 사인(私人)인 최씨보다 국가원수이자 행정수반인 박 전 대통령의 책임을 보다 무겁게 판단했다. 지난해 12월 열린 1심 결심 공판에서 최씨에 대해 “국정농단 사태의 시작과 끝”이라고 표현했던 검찰은 이날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국정농단 정점에 있는 최종 책임자”로 규정했다.
사실 예견된 결과였다. 박 전 대통령과 13개 혐의가 일치하는 최씨의 1심 재판이 지난 13일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미리 보는 박근혜 재판’이라 불린 최씨 재판에서 검찰은 징역 25년을 구형했고, 재판부는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더구나 박 전 대통령에게만 해당되는 5개 혐의 중에는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ㆍ실행 지시 등 가볍지 않은 죄들이 포함돼 있다. 김기춘(79)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52)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 혐의 등에 대해 박 전 대통령과의 공모가 인정돼 2심에서 각각 징역 4년과 2년을 선고 받는 등 범죄 혐의 대부분이 유죄로 인정됐다.
검찰은 구형량을 정한 기준에 대해 “혐의 가운데 형량이 가장 높은 뇌물죄 법정형이 최대 무기징역에 이르고 공범인 최순실씨와 함께 얻은 이익이 수백억 원에 이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벌금 1,185억원은 최순실에게 구형했던 것과 같은 금액으로 삼성 롯데 SK로부터 받은 뇌물수수 총액(592억2,800만원)의 2배를 부과했다. 하지만 최씨 1심에서 삼성에서 받은 승마지원비 중 72억원만 뇌물로 인정해 벌금 180억원을 선고한 만큼 박 전 대통령 벌금액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박 전 대통령 태도도 중형 배경으로 꼽았다. ▦특별검사의 대면조사를 미루고 ▦청와대 압수수색에 응하지 않았고 ▦탄핵 심판이 진행되는 헌법재판소에도 나오지 않은 점 등을 문제 등을 거론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의혹이 처음 불거진 이래 약 20개월 지난 현재까지도 자신의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단 한차례도 보인 적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까닭에 박 전 대통령 입장에선 다음달 6일 내려질 선고 전망도 어둡다. 박 전 대통령 사건 심리를 맡고 있는 재판부가 최씨에게 20년을 선고한 1심 재판부와 동일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이기 때문이다. 단순 비교하더라도 최소 징역 25년 이상이 내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재판부는 최씨에 대해 검찰이 기소한 혐의 중 일부를 무죄 판단해 검찰 구형에서 5년을 감경 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최종 형량은 이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재판과 별개로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뇌물 수수와 옛 새누리당 국회의원 공천에 불법 개입한 혐의로도 기소된 상태다. 이 재판의 결과에 따라 형이 가중될 수 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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