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정세 등 ‘포스트 평창’ 구상
통일부도 짧은 서면 발표문만 내
숨가쁜 평창 동계올림픽 외교전을 마친 청와대가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외교안보당국도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2박 3일 방남 일정을 로키(low-key)로 조용히 마무리하는 데 집중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하루 연차휴가를 냈다. 올해 들어 첫 연가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2월 초순부터 주말 없이 올림픽과 정상회담 관련 업무를 봐서 휴식이 필요하다는 참모들 건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매일 오전 여민관에서 주요 참모진과 현안을 논의하던 비공개 티타임 일정도 취소했고, 관저에서 종일 휴식을 취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북한ㆍ미국 주요 인사 접견을 비롯해 공식 회담만 14차례 가질 정도로 바쁜 일정을 소화한 상태였다.
문 대통령의 연가는 건강상 휴식 측면도 있지만, 북핵 해법을 둘러싼 숨가쁜 중재외교 판을 재정비하는 측면도 고려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미 양쪽에 대해 어떤 순서로 돌파를 하고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등 고민과 구상이 있는데, 이런 국면을 놓고 세팅을 다시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도 서두르지는 않을 방침이다. 김 부위원장 방남 결과를 분석하며 3월 이후 정세 변화에 대비해 나름의 전략을 짜고 북미 입장을 주시하겠다는 것이다.
외교안보 부처도 ‘포스트 평창’ 한반도 정세에서 살얼음이 깨질라 조심하는 모습이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6일 열린 27차 유엔인권이사회 총회 기조 연설에서 북한 인권 문제는 원론적 언급만 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지난해 윤병세 장관 기조연설에 비해 북한 관련 발언이 9할 정도는 줄었다”고 전했다.
통일부도 이날 오전 조명균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이 김 부위원장과 가진 조찬 면담 결과를 짧은 서면 발표문만 낸 채 세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사흘 내내 비슷한 양상이었다. 기자간담회에서 “전혀 소통을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쏟아질 정도로 통일부는 이번 방남 관련 언급을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였다. 김 부위원장이 천안함 폭침 주동자라는 국내 보수진영의 비판 여론, 한미 공조, 북한의 입장을 모두 고려해야 해 신중한 태도로 일관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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