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상금으로 아버지 새 트럭 사 드리고 싶어”
“발보다는 얼굴 상처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김아랑(23)은 28일 경기 고양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된 훈련의 흔적인 발을 보여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김아랑은 지난해 1월 전국동계체육대회에서 상대 선수의 스케이트 날에 왼쪽 뺨을 심하게 베였다. 다행히 눈은 다치지 않았지만, 수술대에 오를 정도로 출혈과 부상 정도가 심했다. 지금도 상처 부위에 연분홍색 반창고를 붙여 상처를 가린다. 김아랑은 “당시 주변 사람들은 얼굴 상처를 걱정했지만 나 스스로는 ‘허리나 발목이 안 다친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올림픽 출전 선수로서의 마음가짐을 나 스스로 확인할 수 있었던 계기였다”라고 말했다.
‘진통제 투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본격 훈련에 돌입해서는 고된 훈련으로 인해 꽤 많은 양의 진통제에 의존했다고 한다. 김아랑은 “훈련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아프면 진통제를 먹었다”면서 “많이 먹을 때는 새벽에 일어나 한 알, 오후 훈련 때 한 알을 먹었고, 자기 전에 먹은 적도 있다”라고 털어놨다. 물론, 올림픽이 끝난 지금은 진통제를 많이 줄였다고 했다.
김아랑은 ‘미소 천사’라는 별명에 대해서도 만족감을 표했다. 사소한 것에도 감사한 마음을 갖다 보니 웃음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김아랑은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아서 항상 밝은 모습을 유지하는 것 같다”면서 “웃음은 전염된다는데 나로 인해 다른 많은 분이 웃으셨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같은 고양시청 소속인 곽윤기(29)와 나이 차는 여섯 살로 적지 않지만, 둘은 국가대표팀 중에서도 유독 ‘절친 케미’를 과시한다. 곽윤기는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서로의 얼굴에 ‘낙서 대결’하는 동영상을 올렸고, 김아랑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곽윤기와 함께 찍은 사진을 여러 장 게재하며 ‘맏내 곽윤기’라고 태그를 달기도 했다. ‘맏내’는 맏이와 막내를 합친 말로, 막내 같은 맏이를 일컫는 신조어다. 곽윤기는 “아랑이는 너무 아끼는 후배고 마음속으로 잘 됐으면 하는 후배”라며 “올림픽 전 훈련 기간에는 내가 아랑이에게 힘이 되려 노력했는데, 올림픽 중에는 (내 성적이 좋지 않아) 오히려 아랑이가 내게 많은 위로의 말을 해줬다”라고 말했다. 김아랑은 “(윤기) 오빠는 내가 자기를 괴롭힌다고 자주 말하지만 나는 그냥 놀아준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만큼 스스럼없는 사이”라며 웃었다.
김아랑은 금메달 포상금으로 “아버지께 새 트럭을 사 드리고 싶다”라고 했다. 김아랑의 아버지 김학만씨는 김아랑의 뒷바라지를 위해 15년간 낡은 1톤 트럭 하나로 전국을 다니며 창틀 설치 작업을 했는데, 김아랑은 이 모습이 못내 마음 쓰였던 모양이다. 김아랑은 이날 자신의 소속인 고양시로부터 금메달 포상금 5,000만원을, 곽윤기는 고양시체육회의 격려금을 받았다.
향후 계획도 밝혔다. 김아랑은 “당장 3월에 국제 대회가 있다. 하나하나 준비하다 보면 베이징 올림픽 출전 기회도 주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올림픽 남자 5,000m 계주에서 안타깝게 메달 획득에 실패한 곽윤기는 “오랜 기간 한국이 남자 계주에서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면서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3전4기의 투혼을 보여주고 싶다”라고 다짐했다. 고양=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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