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ㆍ가신그룹ㆍ차명재산 관리인
방대한 수사자료 앞에 입 열어
다음주쯤 직접 조사 진행할 듯
이명박(MB)전 대통령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이상은 다스 회장 등 친인척 조사를 마무리하고, 차명재산 관리인을 재판에 넘김으로써 이 전 대통령 조사 초읽기에 들어갔다. 검찰은 이번 주 MB측에 소환통보를 하고 전직 대통령 신분이라는 점을 고려해 날짜를 조율한 뒤, 다음주쯤 직접 조사를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검찰은 이날까지 이 전 대통령을 둘러싼 국정원 특활비 수수, 다스 실소유주 및 차명재산ㆍ비자금, 공천헌금 및 기업의 뒷돈 수수 등 큰 줄기를 이루고 있는 세가지 혐의에 대해 수사를 진행해 이 전 대통령이 모든 의혹의 중심에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구체적인 범죄사실과 뇌물 액수를 특정하는 작업이 거의 마무리됐다는 얘기다. 지난해 12월 다스 실소유주 의혹과 관련한 시민단체 고발로 전담 수사팀을 꾸린 검찰이 과거 정호영 특별검사팀 수사 앞에서 무너지지 않았던 MB측근들의 방어벽을 허문 게 결정적이었다.
2008년 BBK특검 당시 도곡동 땅 실소유주와 관련해 자신의 소유라고 진술한 이 회장은 지난 1일 검찰 조사에서 “도곡동 땅은 내 소유가 아니다”라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곡동 땅 매각대금이 다스 설립 자금으로 흘러갔기 때문에 누가 실소유주인지는 이번 수사의 핵심 쟁점이다. 과거 특검 때는 이 회장의 기존 진술 등으로 다스ㆍ도곡동 땅 실소유주 의혹을 받았던 이 전 대통령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 회장은 물론 ‘다스는 MB것’이라고 인정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소환 명분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스 전ㆍ현직 사장인 김성우, 강경호씨가 이미 “다스는 MB것”이라고 증언했기 때문이다.
‘다스 비자금 및 MB차명재산 관리인’들도 검찰의 방대한 수사자료 앞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검찰은 MB재산관리인으로 알려진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으로부터 “이 전 대통령 차명재산을 관리했고, 최근까지 변동 내역을 직접 보고 드렸다”는 진술을 확보하는 등 이 전 대통령 차명재산과 비자금 의혹 규명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지난 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및 배임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면서 공소장에 ‘다스 실소유주는 MB’라는 취지의 내용과, ‘이 국장이 MB아들 시형씨 지시로 다스 협력업체에서 시형씨 회사(다온)로 무담보 대출을 해줬다’는 내용을 넣은 것으로 전해졌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국정원 특수활동비 유용 비리를 수사하는 과정에 MB청와대 특활비 상납 정황도 포착한 검찰은 당시 청와대 관계자나 가신 그룹들을 상대로 이 전 대통령 지시가 있었다는 자백을 받아놓은 상태다.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을 가장 먼저 구속 기소한 검찰은 장다사로 전 총무기획관, 박재완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각각 국정원 특활비 수수 혐의 피의자로 수사 중이며, 지시 여부와 관련한 이 전 대통령의 최종 진술만을 남겨놨다.
법조계에선 이상득 전 의원이 MB의 최종 ‘가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최근 드러난 기업 이권이나 인사 청탁 뒷돈 수수 의혹에 연루된 이 전 의원도 검찰 소환조사 앞에 입을 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이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MB측에 건넨 약 22억원 중 일부에 관여했다는 정황을 잡고 있다. 지난 1월 말 국정원 특활비 수수 혐의로 소환됐다가 건강 상 이유로 4시간 만에 귀가했던 이 전 의원은 이제 두 가지 혐의에 대해 소명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방어벽이 돼 왔던 측근인사들이 수집된 증거 앞에 거의 예외 없이 무너짐에 따라 사실상 이 전 대통령 조사만 남겨둔 형국”이라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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