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넷플릭스 등 직접 프로그램 제작
방송법 미적용 실험성 돋보이고
유재석, 이광수 등 출연진도 화려
#2
당장 수익성 떨어져도
판권, 포맷 수출 등 부가시장 노려
방송사와 손잡고 TV 방영하기도
온라인 플랫폼이 드라마에 이어 예능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아프리카TV, 넷플릭스, 네이버 등이 개성 넘치는 웹예능콘텐츠를 자체적으로 제작하고 유통하며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텔레비전에 진출하는 웹예능콘텐츠가 늘면서 칸막이 없는 콘텐츠 전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 ‘2018 콘텐츠산업 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모바일을 통한 영상 이용자의 비중이 2016년 2/4분기보다 28% 가량 증가했고 기존 인터넷 기반 사업자들의 콘텐츠 투자가 확대되는 추세다.
하지만 웹콘텐츠는 클릭 1회당 1원 정도의 광고 수입이 생기기 때문에 이용자 조회만으로 수익구조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배너광고나 간접광고(PPL)를 유치하고, 콘텐츠를 상거래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수익원을 찾고 있으나 여전히 투자비를 회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도 온라인 플랫폼들은 여러 가지 가능성과 장래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웹예능콘텐츠 제작이 최근 크게 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웹콘텐츠, 더 이상 실험실이 아니다
방송사와 계약을 맺고 TV 예능프로그램을 수동적으로 유통하던 넷플릭스는 올해 직접 예능콘텐츠 제작에 뛰어들었다. 한국형 버라이어티쇼 ‘범인은 바로 너’는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동시 공개될 예정이다. 웹콘텐츠라고 무시할 수 없다. 방송인 유재석과 이광수, 배우 박민영, 안재욱 등 출연진이 화려하다.
지난해 웹콘텐츠 유통 부문에 투자를 늘렸던 네이버도 웹예능 ‘포토피플’, ‘포커페이스’ 등을 선보이며 웹예능콘텐츠 시장에 뛰어들었다. 네이버는 소규모 제작사들의 작품 창작을 독려하기 위해 네이버TV 사용자 지표를 기준으로 웹콘텐츠 우수작을 선정하고 유통을 지원하는 정책도 펼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은 자체적인 제작과 유통도 중요시하지만 판권 판매와 포맷 수출, 공동제작 등 부가시장도 주목하고 있다. 웹드라마 시장에서 물꼬를 튼 수출이 웹예능으로도 확장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웹드라마는 2015년 ‘우리 옆집에 엑소가 산다’가 중국, 일본, 태국, 대만 등 해외 수출에 성공한 이후 본격적으로 수출 붐이 일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거래로 사업을 확장하는데 한계가 있다 보니 대부분의 사업자가 해외 시장을 보고 있다”며 “한국형 예능 포맷을 선호하는 중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 이전에 한중 합작 예능콘텐츠를 만들자는 제안이 여러 차례 있었다”고 말했다.
웹예능콘텐츠는 2015년 네이버에서 공개된 ‘신서유기’가 흥행한 후 성장 가능성이 입증되기도 했다. 온라인 플랫폼은 자신들의 온라인 유통망을 활용하는 동시에 자체 제작을 강화해 자생력과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웹예능콘텐츠 ‘워너비’를 기획 중인 안승환 아프리카TV 엔터테인먼트사업팀장은 “비용을 지불해서 유통하는 콘텐츠의 경우 저작권 문제 등 여러 제약이 걸린다”며 “자체 콘텐츠를 개발하면 새로운 사업 모델을 그릴 수 있고, 제작 노하우를 누적해 추후 여러모로 활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온라인-TV 동시 방송… 콘텐츠 유통 구조의 변화
웹콘텐츠는 최초 유통망이 통신이다 보니 방송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심의의 잣대가 까다롭지 않으니 기존 방송에선 할 수 없는 과감한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기존 방송에서는 만들 수 없는 실험적인 콘텐츠는 신선함으로 소비자들을 어필하고 방송에 진출하기도 한다. 제작사 모모콘이 2016년 제작한 웹예능콘텐츠 ‘개이득’은 JTBC2로, 온라인 방송 팟캐스트 ‘김생민의 영수증’은 KBS2로 진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콘텐츠 유통 흐름이 뒤섞이면서 온라인 플랫폼과 방송사가 손을 잡고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경우도 생겨났다. ‘워너비’는 아프리카TV와 JTBC에서 동시 방송된다. 아프리카TV는 유명 BJ를 활용한 이색적인 콘텐츠를 제작하고, JTBC는 대중적인 유통망을 공급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투자비 회수와 수익모델 마련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최근 웹예능콘텐츠는 질적 수준이 높아지면서 제작비도 함께 오르고 있다. 1시간 30분 분량의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은 1회당 7,000만~1억원 정도의 제작비가 들어가는데, 같은 분량의 웹예능콘텐츠도 비슷한 수준의 제작비가 필요하다. 웹예능콘텐츠를 전문 제작하는 소규모 제작사가 늘고 스태프의 수요도 증가했지만, 수익은 제자리걸음이라 투자비 회수는 더 큰 숙제가 되고 있다.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연예인들이 재기발판으로 웹예능콘텐츠를 이용한다는 비판도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신서유기’는 불법 도박 논란 이후 방송인 이수근의 첫 복귀작으로 눈총을 받았다. 네이버TV를 통해 방송 중인 ‘포커페이스’는 막말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방송인 장동민이 진행한다.
진입장벽이 낮아 콘텐츠가 난립하고 콘텐츠의 질이 하향평준화 될 수 있다는 점도 웹예능콘텐츠의 발목을 여전히 잡고 있다. 제작사 컨버전스TV의 최정열 대표는 “콘텐츠가 우후죽순으로 쏟아지고 있긴 하지만, 비용 회수의 문제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양질의 콘텐츠만 남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정리될 것”이라며 “해외 수출에 성공한 관련 사업자들이 지금보다 많은 콘텐츠를 기획하면 웹예능콘텐츠 시장이 보다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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