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회담 제의에 바로 “OK”
백악관 관계자조차 충격 당혹
햄버거 협상 등 수차례 대화 용의
최대 압박 직접담판 협상 기술로
북핵 처리 자부심 ‘전략적 결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회담을 전격 수용하는 데는 망설임이 없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구두 메시지를 전하자 즉각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백악관 관계자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이 극적인 장면은 비판론자들에겐 충격과 당혹감을 주는 ‘즉흥적인 결정’으로 받아들여지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여러 차례 김 위원장과의 직접 대화 용의를 밝혀왔다는 점에서 그의 지론에 따른 결단에 가깝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후보 시절 김정은과의 햄버거 협상을 거론하며 “10%나 20% 가능성만 있다면 나는 협상을 통해 북한이 그 저주받을 핵무기를 버리도록 할 수 있다”고 공언했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그는 한 손에는 군사 위협을, 다른 손엔 직접 대화 카드를 흔들며 극에서 극을 오갔다. 이 같은 ‘최대 압박과 직접 담판’은 최고 협상가를 자처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해온 ‘협상의 기술’이다.
사실 수십년간 누적된 북핵 문제 자체는 실무 협상보다는 최고 수뇌부의 전략적 결단으로만 풀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최고 지도자의 결단이 요구되는 사안의 성격과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자부심이 결부되면서, 파격적 초청에 파격적 수락이란 호응이 이뤄진 셈이다.
아울러 자신의 최대 압박 캠페인으로 북한이 사실상 항복 선언을 하며 대화의 장에 나왔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전하면서, 공개되지 않은 추가적인 메시지도 전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에 “김정은이 한국 대표단에 단지 동결이 아니라 비핵화를 얘기했다”고 강조하며 최대 압박도 재차 강조했다.
무엇보다 북핵 문제를 직접 해결해 역사에 업적이 남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열망도 강력한 동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한 인터뷰에서 ‘과거 닉슨, 레이건 대통령이 각각 마오쩌둥 중국 주석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만났던 것처럼 독재자와 대좌하는 것을 고려해봤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하는 것에 확실히 열려 있다”며 “누구와도 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언론은 이를 ‘김정은 위원장’으로 해석했다. 현 미국 안보의 최대 위협으로 떠오른 북핵 문제를 해결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급상승할 수 있다. 벌써부터 노벨평화상을 노리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북핵 담판이 순조롭게 이뤄지면 국내 정치적으로도 11월 중간 선거에서 상당한 우위에 설 수 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고 있는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특검 수사 등 부담스런 국내 이슈도 잠재울 수 있는 카드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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