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차이나패싱 우려엔 초조감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9일(현지시간) 전화 통화를 갖고 북미 정상회담 성사에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두 정상은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오게 된 것을 두고 서로의 공이라고 치켜세우는 덕담도 나눴다.
중국 관영 CCTV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만남 요청을 수락한 소식을 전하며 “북핵 문제를 최종적으로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를 원한다”면서 “시 주석이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해야 한다고 견지했던 주장이 정확한 것임이 사실로 증명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에 대해 감사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고도로 중시한다”며 "계속해서 중국과 긴밀한 소통과 협조를 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시 주석도 “트럼프 대통령의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염원에 찬사를 보낸다”며 “북미 대화가 긍정적 성과를 얻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시 주석은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법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현재의 긍정적 변화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의 확정적인 방향에도 부합한다”며 “한반도 비핵화 과정이 대화를 통한 해결의 정상궤도로 돌아오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회담 요청을 수락한 데 대해 환영과 지지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한반도 정세가 급격히 변화하는 과정에서 중국이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도 감지됐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4월 말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5월 중으로 북미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이 높아진 데 대해 “우리는 북미 양측이 직접대화에 대해 보낸 긍정적 메시지를 환영하고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관건은 유관 각국이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협력하며 한반도 정세와 핵 문제를 평화와 대화의 궤도로 복귀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얘기한 것처럼 평화는 반드시 쟁취해야 하고 기회는 반드시 잡아야 한다”면서 “유관국들이 정치적 결단을 내리고 모든 필요한 양자ㆍ다자간 접촉을 조속히 진행해야 하며 중국은 이에 대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차분한 공식 입장과 달리 주요 매체들은 오전부터 관련 소식을 긴급 속보로 전하며 놀라워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백악관 브리핑을 속보로 내보내며 ‘대사건’이라고 표현했다. 인민일보는 “김 위원장이 추가 도발을 않겠다고 약속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5월 안에 김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고 밝혔다”면서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의 길이 멀고 험하지만 대화는 전쟁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고 긍정 평가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중대 변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5월 안에 만난다’는 제목을 달아 정 실장의 브리핑 내용을 전했고, 환구시보는 정 실장의 발표 내용과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글 등을 보도하면서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반도 정세가 급물살을 타는 상황에 대한 중국 정부의 초조함도 감지됐다. 겅솽(耿爽)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남북한과 미국 중 어느 국가가 중국의 이익을 대변하느냐는 질문에 “쌍중단(雙中斷ㆍ북한 핵 및 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동시중단)이 좋은 처방임이 확인됐다”고 비켜갔다. 그는 중국의 대북 제재가 북미 대화를 끌어내는 데 주효했는지에 대해서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를 전면적으로 이행하면서 큰 대가를 치렀다”며 즉답을 피했다. 최악이란 평가가 나올 정도로 악화한 북중관계로 인해 중국이 현 상황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함을 자인한 셈이다.
대신 6자회담의 재개를 거듭 촉구했다. 겅 대변인은 “제재만으로는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할 수 없고 한반도 핵 문제 해결의 근본은 대화와 담판 등 정치ㆍ외교 수단을 통하는 것”이라며 “각국이 6자회담과 9ㆍ19 공동성명 원칙에 따라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차이나 패싱’(중국 배제) 우려에 대해, 진징이(金景一) 베이징(北京)대 교수는 “당분간은 그런 기조가 흐를 수 있지만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안보리 제재 해소와 대북 경제지원 등에선 중국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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