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 참나무서 자란 생표고ㆍ돌김
“지역 특산물이 일자리 만들어”
#의성군 ‘컬링 메카’ 자랑하며
대표팀 사진 걸고 마늘 판매 눈길
#‘경단녀 일자리’ 인천 협동조합선
즉석 핸드드립 스페셜 커피 선봬
#수제화거리 유명 성동구 특판장엔
‘대통령 신발 보자’ 인파 북적여
“귀농이 인생 2막을 열어주고 지역 특산물이 일자리를 만듭니다.”
제1회 대한민국 지방정부 일자리 정책 박람회 둘째 날인 9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1전시장 전남 장흥군 일자리관에서 만난 천관산표고 박귀옥(57) 대표는 생표고버섯을 들기름에 찍어 권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2002년 남편과 함께 시댁이 있는 장흥군 대덕읍 천관산 자락으로 귀농했다는 박 대표는 “귀농이 부족한 일자리와 심각한 고령화 문제 해결책이 될 수 있다”며 “자리잡기까지 어려움이 많았지만 귀농과 표고버섯이 남편과 나의 성공적인 인생 2막을 열어줬다”고 말했다.
장흥군 일자리관에선 장흥군에서 추진 중인 일자리 창출사업 소개와 함께 숲 속 참나무 원목에서 자란 생표고버섯, 염산이나 유기산을 뿌리지 않고 키운 돌김 등 특산물 판매도 이뤄졌다.
박람회장에 일자리관을 마련한 전국 174개 기초자치단체들은 지역을 대표하는 일자리정책, 산업제품, 특산물, 이벤트를 앞세워 관람객들 발길을 사로 잡았다. 질과 다양성 면에선 17개 광역자치단체가 준비한 일자리관에도 밀리지 않았다.
경북 의성군 일자리관 안과 밖에는 평창동계올림픽 컬링 여자대표팀 경기 사진이 내걸렸다. 사진 속에는 ‘컬링의 메카 의성군’이 큰 글씨로 적혀 있었다. 최근 컬링에 간판자리를 내줬지만 전통적으로 의성을 대표했던 마늘과 마늘제품도 일자리관을 지켰다.
흑마늘 천년초 손바닥선인장을 활용한 건강식품을 만드는 박영욱(58) 신비안 대표는 “컬링 여자대표팀이 동계올림픽에서 선전해 의성군과 의성 마늘의 인지도가 많이 올라갔다”며 “4, 5년 전 확인되지 않은 가짜 흑마늘 논란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농가와 기업들이 반기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자치단체와 기업들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경기 광명시는 수도권 유일의 동굴 관광지인 광명동굴을 테마로 홍보부스를 꾸려 ‘광명 청년 잡 스타트’ 등 다양한 청년층 일자리 정책을 소개했다. 시가 창업을 지원한 여성기업 ㈜진영은 광명동굴 내 공포체험관 ‘좀비캐슬’에서 좀비 역활을 맡은 배우들이 쓰는 마스크를 선보이기도 했다. 마스크를 쓴 배우들도 직접 현장에서 연기를 하고 관람객들과 기념촬영도 해주면서 공포와 웃음을 함께 선사했다.
특수분장을 전공했다는 이진영(44) 진영 사장은 “광명시의 도움을 받아 특수분장사를 육성하는 플랫폼을 차렸다”며 “교육생들이 주말이면 광명동굴 내 좀비 배우로 일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인천 중구 일자리관에선 케냐AA와 에티오피아 이르가체페(예가체프) 등 한 종류의 최상급 원두를 볶아서 갈아 내려 만든 싱글오리진 스페셜티 커피를 선보였다. 이 커피는 인천 중구 우선동 카페거리에서 커피원두를 판매하고 있는 커피홀릭협동조합 조합원들이 핸드드립으로 직접 만들었다.
커피홀릭협동조합 양혜경(52) 대표는 “경력 단절 여성들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난해 9월 만들어진 협동조합”이라며 “현재 원두 판매만 하고 있는데, 올해 중으로 카페도 만드는 등 사업을 확대해 조합원 숫자를 늘려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인천 계양구는 버려진 현수막을 활용해 만든 에코백에 그림을 그려 넣는 이벤트로 학생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행사를 준비한 사회적기업 ‘함께사는마을’ 김영애(50) 실장은 “박람회가 개막한 어제 하루 150여명이 찾아 체험했다”라며 “이를 통해 학생들이 환경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 자치구들은 공공일자리사업을 통해 생산한 제품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서울 은평구는 박람회장 중앙 무대 바로 뒤에서 꽈배기를 무료로 제공하고 3D 프린터로 구운 쿠키를 전시했다. 꽈배기는 어르신들이 참여하는 은평구 ‘꽈배기나라’, 쿠키는 대림시장 내 청년 상인 점포 ‘쿠키 굽는 남자’에서 각각 만들었다.
남학헌 은평구 일자리지원팀 주무관은 “대량 주문이나 일자리 정책과 관련된 문의가 여기저기서 많았다”라며 “준비한 전단지가 금세 동이 났다”고 말했다.
중구 쪽방촌 주민들의 자활 일자리인 ‘꽃피우다’는 손수 만든 꽃 카드로 부스 한 쪽을 화려하게 채웠다. ‘수제화’로 대표되는 성동구는 관내에서 생산한 수제화를 정상가보다 싸게 판매해 관람객과 박람회 참가자들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홍성복 성동구 일자리정책팀장은 “부스 앞에 대통령 신발도 전시하고 도매 가격의 70%수준으로 수제화를 팔았더니 하루 평균 300~400명이 부스를 찾았다”며 “박람회가 공공안심상가 같은 일자리 지원 정책을 여러 사람에게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전북 전주시는 평창동계올림픽 개ㆍ폐막식장에서 선보인 탄소발열의자를 비롯해 탄소섬유로 만든 골프채, 자전거 프레임 등을 전시하고 드론 비행을 선보였다. 충남 당진시는 특산물인 해나루쌀을 활용한 가공식품 홍보ㆍ시식행사로 주부들 발길을 잡았다. 인천 남동구는 남동산업단지 등 관내 중소기업들이 생산한 화장품, 전자칠판 등을 소개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을 품은 경기 수원시는 궁중의상을 입어보는 체험행사를 마련하고 강원 철원시는 컬링 스톤 모양을 본 딴 맷돌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지방정부 일자리관은 박람회가 폐막하는 11일까지 운영된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유명식 기자 gija@hankookilbo.com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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