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행 편의 위한 생활도로가 다수
강제 폐쇄로 주민과 충돌 빚기도
고가화ㆍ지하화는 비용 등 난제
일본에서 기찻길과 건널목, 열차가 들어올 때 “땡~땡~땡~” 울리는 종소리, 차단기 앞에 잠시 선 사람들의 풍경은 낯설지 않다. 한국은 시골에서나 보일 듯 정겨운 모습을 도쿄 한복판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선로 위를 동네사람들이 마치 생활도로처럼 멋대로 건너는 ‘자연발생 건널목’이 최소 1만9,000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사고방지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위험하지만 현지 주민들이 편의상 통과하다 보니 묵인돼온 측면도 없지 않다.
나가사키(長崎)현 사세보(佐世保)시의 마쓰우라철도 센푸쿠지(泉福寺)역에서 북쪽에 있는 이른바 ‘제멋대로 건널목’이 대표적이다. 철로 양쪽엔 누가 만들었는지 알 수 없는 계단이 있고 주민들은 일상적으로 통과한다. 급기야 2016년 10월 두 살배기 여자 아이가 열차에 부딪쳐 중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아이들이나 노인들은 발을 헛디디고 걸려 넘어지기 일쑤고 열차통과 직전 주민이 횡단해 기관사가 경적을 울리고 비상제동을 건 사례도 있었다.
이쯤 되면 당연히 폐쇄해야 하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다. 임의로 생긴 건널목 250곳 중 190곳은 철도가 있기 전에 생긴 생활도로여서 주민 동의 없이는 폐쇄가 어렵다. 일부는 사유지도 포함돼 더욱 힘들다. 근원적 해결책은 철도를 고가화하거나, 지하로 다니게 하면 되지만 막대한 예산 때문에 정부와 철도회사는 입도 뻥긋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가나가와(神奈川)현 후지사와(藤澤)~가마쿠라(鎌倉) 사이 10㎞의 에노시마전철 구간은 멋대로 건널 수 있는 지점이 무려 91곳이나 된다. 주택가와 붙어 있어서 철길을 건너지 않고선 집에 들어갈 수 없을 정도일 경우 발판을 두고 건너도록 했지만, 2017년 사망사고를 계기로 열차접근을 알리는 장치가 설치중이다.
철도회사와 주민간 마찰이 빚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교토(京都)부 우지(宇治)시 JR나라선(奈良線)은 5곳의 무단횡단 건널목을 재작년 7월 폐쇄시켰다. 2023년 복선화 증편으로 위험이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철도회사와 지자체가 폐쇄에 동의했다고 설명했지만 주민들은 “일상생활에 없어선 안돼 저절로 생겼는데 일방적으로 폐쇄할게 아니라 차단기가 달린 정식건널목을 만들어달라”고 요구중이다. 특히 노인들은 “전에는 병원에 3분이면 갔지만 멀리 돌아가는 바람에 이제 20분이 걸린다”며 분노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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