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문 따기ㆍ고양이 구조 거부 가능
전기ㆍ낙석ㆍ가뭄 등 상황별 기준도
“단순출동으로 구조방해 막기 위해”
앞으로는 단순히 집 대문이 잠겼다거나 고양이가 차량 엔진룸에 들어갔다고 119에 신고해도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된다.
경기도 재난안전본부는 소방관이 긴급하지 않은 경우에 출동을 거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상황별 세부기준을 담은 ‘생활안전분야 요청사항 출동기준’을 마련 일선 소방서에 전달해 시행에 들어간다고 12일 밝혔다. 소방관이 긴급하지 않은 상황에서 출동을 거부할 수 있는 세부기준을 마련한 것은 국내 처음이다.
도 재난안전본부가 마련한 출동기준에 따르면 앞으로 생활안전분야 신고가 119에 접수될 경우 재난종합지휘센터가 신고자의 위험 정도를 긴급, 잠재적 긴급, 비긴급 등 3가지로 판단해 출동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신고만으로 위험 정도가 판단되지 않을 경우는 소방관이 출동하도록 했다.
예를 들면 맹견이나 멧돼지, 뱀 등 위해동물이 주택가에 나타나면 소방서에서 출동하지만 너구리나 고라니 등 야생동물이 농수로에 빠지는 등 긴급하지 않은 상황은 의용소방대나 해당 시군, 민간단체에서 처리하도록 통보하는 식이다.
잠금장치 개방도 단순 잠김의 경우는 민원인이 열쇠업체를 이용해 신고자가 자체 처리하도록 유도한다. 다만 화재발생이나 집안 거주자의 신변확인이 필요할 경우 소방서가 출동하게 된다. ‘집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등의 신고는 위험여부를 알 수 없으므로 소방관이 출동해 확인하게 된다. 이 밖에도 전기, 가스, 낙석, 폭발물, 도로, 가뭄 등 다양한 상황별 출동 기준도 마련됐다.
경기도 재난안전본부가 최근 발표한 2017년도 구조활동 분석 결과에 따르면 벌집제거, 잠금장치 개방 등 지난해 생활안전관련 구조건수는 전체 구조건수 14만9,279건의 63.4%인 9만4,627건이었다. 이 가운데 맹견포획이나 고드름 제거 등 잠재적 위험제거관련 출동건수는 6만1,922건(65.4%), 고양이 등 유기동물 보호요청 같은 비긴급 상황은 3만2,705건(34.6%)이었다.
이재열 경기도 재난안전본부장은 “기존에도 단순 문 개방이나 동물 포획을 거부할 수 있는 제도가 있었지만 도민들의 생활편의를 위해 실천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면서 “이번 조치는 다양한 상황에 대한 세부 대응기준을 마련해 소방관의 판단을 돕고, 급하지 않은 생활민원은 명확히 거절해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범구기자 eb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