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대면 거래 갈수록 확산
IBK기업은행 ‘티몬 지점’ 개설
KEB하나은행 ‘인터파크 몰’ 등
금리 서비스 통해 새 시장 개척
온라인 쇼핑도 소비 유도 ‘윈윈’
은행과 온라인 유통의 결합이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모바일 등 비(非)대면 금융거래의 증가에 따라 점포와 현금자동입출기(ATM)를 줄이는 대신 편의점과의 제휴를 늘려온 시중 은행들이 최근엔 한 발 더 나아가 온라인 쇼핑몰과 손을 잡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앉아서 고객을 기다리던’ 은행이 지점 밖으로 적극 나서면서 이제 온라인 쇼핑몰에서 생필품을 사듯 금융상품을 사는 일이 낯설지 않게 됐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최근 소셜커머스 티몬 내에 제1호 온라인 지점인 ‘IBK 티몬지점’을 열었다. 티몬지점에선 인터넷 쇼핑을 하듯 기업은행의 적금, 카드, 대출, 외화환전 등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쉽게 살 수 있다. 기업은행은 티몬지점 전용상품도 출시할 예정이다. 티몬지점에서 ‘아이원(i-ONE)놀이터적금’을 가입하는 선착순 5,000명에겐 0.65%포인트의 특별금리를 제공하는 이벤트도 진행한다.
KEB하나은행도 지난해 7월 은행권 최초로 온라인쇼핑몰인 인터파크 내에 ‘KEB하나은행 상품몰’을 열었다. 인터파크 회원이면 비대면으로 하나은행의 예ㆍ적금은 물론 자동차대출(오토론)도 받을 수 있다. 오는 6월까지 판매 중인 상품에 가입할 경우 조건에 따라 최대 연 2.6%의 우대금리와 함께 인터파크에서 사용 가능한 포인트와 할인쿠폰 등도 제공한다.
KB국민은행도 티몬과 손잡고 ‘KB티몬적금’을 공동 개발했다. 월 30만원 이내에서 자유롭게 저축할 수 있고, 연 1.4%인 기본금리에 우대쿠폰을 받을 경우 0.3%포인트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도 소셜커머스 위메프와 제휴를 맺고 25일까지 코드K 정기예금과 자유적금 상품의 금리 우대코드와 포인트를 주는 행사를 진행한다. 앞서 우리은행은 쇼핑 실적에 따라 연 최고 7%까지 금리를 제공하는 ‘위비라이프앳(Life@) G마켓∙옥션 팡팡적금’을 판매했다.
이처럼 은행이 카드, 보험 같은 기존 금융권이 아닌 온라인 쇼핑몰과 제휴하고 나선 것은 온라인쇼핑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8% 증가한 8조6,991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모바일쇼핑은 1년 전보다 32.4% 증가한 5조2,452억원으로, 온라인쇼핑 거래액의 60%를 차지했다. 오프라인 은행 점포가 줄면서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거래가 전체 은행 거래의 90%를 넘어선 점도 이종간 협업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사실상 포화상태인 개인고객 시장에서 소비의 최전선에 있는 온라인 유통망을 판매채널로 활용함으로써 신규 고객을 끌어올 수 있다는 것도 이점이다. ‘위비라이프앳 G마켓∙옥션 팡팡적금’은 출시 100여일만에 누적계좌 1만4,717좌, 계약액 158억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유통업계도 제휴를 맺은 은행의 계좌와 카드, 포인트 등을 활용해 더욱 활발한 소비를 유도할 수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별도의 광고를 하지 않아도 소셜커머스에 접속한 고객이 자연스럽게 금융상품을 접할 수 있어 은행에겐 새로운 마케팅 채널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티몬 관계자는 “금융권 비대면 거래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온라인에서 고객 접점을 늘리려는 은행들의 다양한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의 기본은 융합”이라며 “유통과 금융은 가장 이상적으로 ‘윈윈’할 수 있는 업종인 만큼 이들의 협업 시도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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