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 노르딕스키 이도연
19세에 추락 사고로 하반신 마비
마흔살에 전국체전 육상 3관왕
핸드사이클로 리우에선 은메달
평창 출전 종목마다 하위권에도
“딸들에 나약한 모습 안 보일 것”
15명 중 12위, 18명 중 13위, 12명 중 11위. 출전한 종목 모두 하위권에 그쳤다. 자신에게 화가 났다. “주위에서 응원을 정말 많이 해주는데 내 실력은 꼴등이구나”라며 자책도 했다. 코치가 물었다. “남은 경기 중 하나라도 포기할래?” 쑥스러운 꼴찌가 될지언정 포기는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이를 악물고 답했다. “모든 종목 완주하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했어요. 포기 없이 다 도전하겠습니다.”
장애인 노르딕스키 대표팀의 ‘슈퍼 맘’ 이도연(46)이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에서 세 번째 완주를 했다. 이도연은 13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평창패럴림픽 바이애슬론 여자 10㎞ 좌식 경기에서 53분51초1의 기록으로 레이스를 마친 12명 중 11위에 자리했다. 자신의 뒤에는 단 한 명뿐, 기권도 한 명 있었지만 세 딸의 엄마 이도연은 끝까지 달렸다.
열아홉 살 때 건물에서 떨어져 하반신이 마비되는 사고를 겪었지만 장애는 오히려 그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2012년 마흔 살에 육상 선수로 뛰며 장애인 전국체전에서 창, 원반, 포환던지기 3관왕에 올랐다. 이듬해엔 핸드 사이클로 전향해 2014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 2관왕, 2016 리우 하계패럴림픽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도연의 도전은 멈출 줄 몰랐다. 지난해 노르딕 스키에 도전해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도연은 평창에서 ‘철인’들의 경기인 크로스컨트리와 바이애슬론에 나서 연일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10일 바이애슬론 6㎞에서 12위, 11일 크로스컨트리 12㎞에서 공동 13위, 13일 바이애슬론 10㎞에서 11위에 올랐다. 세 차례 레이스를 소화하는 동안 기권하는 선수를 두 명 봤다. 자신도 고통스러웠지만 스스로 한 약속을 떠올리며 완주했다.
이도연은 경기 후 “진짜 기분 좋게 완주했다”면서 “앞으로도 빠짐 없이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넘어지고, 다치더라도 끝까지 간다. 나약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딸들도 “엄마의 의지대로 이루길 바란다”고 한 마음으로 응원했다.
이도연은 네 경기를 남겨놨다. 14일 크로스컨트리 스키 1.1㎞, 16일 바이애슬론 12.5㎞, 17일 크로스컨트리 5㎞ 좌식경기에 이어 18일 크로스컨트리 스키 혼성계주까지 출격한다.
평창=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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