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식물학자 안나 애트킨스(Anna Atkins, 1799.3.16~ 1871.6.9)의 1843년 책 ‘영국의 조류(藻類)’(원제 British Algae: Cyanotype Impressions in October 1843)는, 알려진 바 인류 최초의 사진 일러스트 북이다. 애트킨스는 389종의 조류를 채취해 말린 뒤 청사진 기법(cyanotype)의 포토그램으로 이미지화, 각각의 식물 이름을 기록하고 몇 쪽의 설명을 곁들여 저 책을 엮었다. 그는 최초의 식물 전문 사진작가이자 선구적 출판가이기도 했다.
애트킨스는 동물ㆍ광물학자였던 아버지(John George Children) 덕에 어려서부터 남다른 과학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고 한다. 그 교육은 사물ㆍ생물을 관찰해 개체와 종의 특징을 식별하는, 일종의 방법론이었을 것이다. 어머니는 그를 낳고 1년 뒤 숨졌고, 애트킨스는 성장하면서 아버지의 조수로서 현장 답사도 다녔다. 애트킨스는 1823년 아버지가 번역한 프랑스 박물학자 장 밥티스트 라마르크의 책 ‘조개 편람(Genera of Shells)’ 에 조개 껍질 삽화를 그려 넣기도 했다.
26세에 결혼한 남편 존 펠리 애트킨스(John Pelly Atkins)는 출장이 잦은 서인도제도 무역상이었고, 부부에게는 자녀가 없었다. 그런 조건들이 애트킨스의 과학 연구를 가능하게 했을 것이다. 그는 1839년, 과학 학회로는 유일하게 여성의 입회를 허용하던 영국 식물학회 회원이 됐다. 가족의 친구였던 초기 사진술의 개척자 윌리엄 헨리 폭스 탤버트(Willaim Henry Fox Talbot)와 존 허셜(John Herschel)을 알게 된 그는 그들의 사진 기법을 익혔고, 특히 허셜의 청사진술에 몰두했다. 구연산 철 암모늄(Ferric Ammonium Citrate) 등을 입힌 감광지에 사물을 얹고 햇빛에 노출해서 이미지를 얻는 그 청사진술로 그는 자신이 채집한 식물들을 이미지화했다. 그 결실이 저 책이었다.
그는 1850년까지 식물 종을 추가해가며 12차례 개정판을 냈고, 친구였던 식물학자 앤 딕슨(Anne Dixon, 1799~1864)과 함께 양치식물 도감(53년), 화초 및 양치식물 도감(54년) 등 두 권을 더 출간했다. 전해진 그의 책 17권은 영국과 뉴욕 도서관과 박물관 등에 소장돼 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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