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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끈한 수술대 우정, 무실점 철벽수비 도전”

입력
2018.03.16 04:4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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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이스하키 랜더로스•캐런

레슬링 선수 활약하던 고교 시절

함께 교통사고 당해 다리 잃어

의지하고 경쟁하며 극적인 재활

스틱 잡고 빙판서 우정 이어가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아이스하키에 출전한 미국의 니코 랜더로스(왼쪽 두번째)와 타일러 캐런(왼쪽 세번째). 랜더로스 인스타그램 캡처.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아이스하키에 출전한 미국의 니코 랜더로스(왼쪽 두번째)와 타일러 캐런(왼쪽 세번째). 랜더로스 인스타그램 캡처.

2007년 1월 15일, 눈이 펑펑 쏟아지던 고등학교 댄스파티 날이었다. 미국 콜로라도주 베르투에 살던 동갑내기 친구 니코 랜더로스(29)와 타일러 캐런(29)은 신나게 춤을 추며 댄스파티를 즐겼다. 그들은 밤 늦게 다른 친구 두 명과 함께 귀갓길에 올랐다. 댄스파티에서 있었던 일을 시시콜콜 이야기하며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갑자기 차 타이어에 문제가 생겼다. 펑크 난 타이어를 바꾸기 위해 차에서 내린 랜더로스와 캐런은 트렁크에서 함께 공구를 찾았다. 바로 그때 다른 차량이 두 사람이 서 있던 차 뒷부분을 향해 돌진했다. 미처 피하지 못해 사고를 당한 둘은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외상이 너무 심해 결국 둘 다 넓적다리 아래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캐런은 14일(현지시간)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사고가 얼마나 충격이었는지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는다. 심지어 댄스파티에 참석했다는 기억도 없다”며 그날의 끔찍했던 사고를 떠올렸다.

고등학교 레슬링 선수였던 그들은 그날 이후 힘들었던 재활 과정을 함께 버텨냈다. 랜더로스는 “재활센터에 같이 가서 걷는 법을 함께 배울 수 있는 친구가 있어서 좋았다. 혼자였다면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둘은 서로 먼저 걷기 위해 경쟁도 했다. 또 힘들면 서로에 의지했다. 그러면서 재활 기간을 다른 사람들보다 절반 가까이 줄였다.

재활을 마친 그들은 운동선수의 삶으로 돌아왔다. 먼저 하키채를 잡은 건 랜더로스였다. 사고를 당한 지 불과 2년 만에 그는 장애인 아이스하키 선수로 빙판 위 데뷔를 했다. 이듬해인 2010년엔 미국 국가대표로 밴쿠버 동계패럴림픽에도 출전했다.

친구가 밴쿠버에서 활약하며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지켜봤던 캐런은 뒤늦게 아이스하키에 흥미를 느꼈다. 랜더로스도 캐런에게 아이스하키를 적극적으로 권유했다. 2010년 이후 둘은 얼음 위에서 함께 훈련하기 시작했다. 캐런도 운동 경험이 있어 적응이 빨랐다. 두 사람은 2014 소치 동계패럴림픽에 출전해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이번에 평창에도 함께 찾아왔다.

“우리는 같은 피를 나눠서 수혈을 받았고, 수술대에도 나란히 누워있었다. 이보다 가까운 사이는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는 랜더로스와 캐런은 이번 대회에서 수비수로 활약하고 있다. 조별리그에서 3승 전승을 거둔 미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이들의 활약 덕에 상대에게 28점을 뽑아내는 동안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형제보다 더 가까운 친구들이 만들어낸 기적에 팀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박순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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