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에서 복무했던 다니엘 크노센(38ㆍ미국)은 두 다리가 없어도 여전히 강인했다.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노르딕 스키에서 53.3㎞의 설원을 오직 상체 힘으로 누볐다. 성과도 으뜸이었다. 바이애슬론 7.5㎞ 금메달을 포함해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 등 총 5개의 메달을 수확했다.
크노센은 16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평창패럴림픽 바이애슬론 남자 15㎞ 좌식 경기에서 50분42초7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은 49분57초2를 기록한 마르틴 플라이크(독일)가 차지했다.
크노센은 대회 2관왕이 눈앞에 보였지만 마지막 사격에서 한발을 놓쳐 2위에 자리했다. 그는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한발을 실수해서 불안정했지만 편안하게 레이스를 펼치려 했다”며 “어차피 메달을 생각하고 온 대회가 아니라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단지 긴장감 속에서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자체가 좋다”면서 “미국에 돌아가면 난 당당하게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미국 해군사관학교를 나온 크노센은 세계 최고의 특수부대 ‘네이비실’ 소속으로 2009년 아프가니스탄 칸다히르로 파견 나갔다. 20명을 이끈 소대장으로 임무를 수행하던 중 폭발물 공격을 받아 쓰러졌다. 8일 후 의식을 찾고 눈을 떠보니 미국 베데스다 해군병원이었다. 무릎 아래 두 다리가 사라졌다. 이후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40여 차례 크고 작은 수술을 견뎌야 했다.
자부심 강한 군인이었던 크노센은 자신에게 닥친 불운에 굴하지 않았다. 다리는 없지만 달리고 싶은 욕망을 버리지 않았다. 2010년 의족을 찬 그는 쉬지 않고 1마일을 달렸다. 2011년엔 뉴욕마라톤에도 참가했다. 의족과 핸드사이클을 이용해 2시간38분 만에 완주하는 투지를 보였다. 한계를 이겨낸 크노센은 그 해 바로 동계 종목인 바이애슬론과 크로스컨트리에 도전장을 던졌다. 4년 전 소치 대회에서 메달과 인연은 없었지만 포기를 몰랐다. 끊임없이 반복 훈련을 하며 평창을 준비했고, 이번에 많은 메달을 획득했다.
크노센은 “심리적인 조절을 하면서 몸을 더 강하게 만든 덕분에 어떤 한계가 와도 견딜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를 갖고 어려운 환경 속에 살아가는 이들을 향해 “밖으로 나가 운동을 하는 게 큰 쾌감을 준다”며 “안에만 갇혀 있지 말고 자연과 호흡하는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평창=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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