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물 인식 V2X 국가표준에 포함
기술로 승부… 직원 20%가 연구직
지난해 10월 캐나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지능형 교통 시스템 전시회인 ‘ITS 세계대회(Intelligent Transport System World Congress 2017)‘의 주인공은 단연 국내 중견기업 ‘켐트로닉스’였다.
켐트로닉스가 개발한 차량통신 기술 ‘V2X’(Vehicle to Everything) 스마트 안테나를 탑재한 자동차가 도로 위에서 스스로 길을 찾고 장애물이 나타나면 그 자리에 멈춰서는 등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작동했기 때문이다. 대회 관계자들 사이에서 “켐트로닉스의 기술이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 부문인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를 한발 앞당겼다”는 찬사가 나왔다.
켐트로닉스 차량통신 기술은 국내 자율주행 자동차 사업을 발전시키는 데도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14년부터 정보통신기술(ICT) 연구소를 설립하고 자율주행 통신 기술 개발에 노력해 왔다. 그 결과 지난 1월 국내 최초 자율주행 실증단지인 판교제로시티의 V2X 사업자로 선정돼 경기도에 단말기 세트 100대를 공급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달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지원하기 위해 오는 2021년까지 자율주행차 국가표준(KS)을 93종에서 200종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V2X 표준도 포함될 예정이다.
자율 주행 자동차 업체 관계자는 “2020년에는 세계 V2X 시장이 약 7조원 규모로 성장해 약 2,380만대 차량에 V2X 모듈이 장착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 분야 우수기술을 가진 켐트로닉스 발전이 기대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켐트로닉스 전신은 화학용제 유통업체 ‘신영화학’이다. 종잣돈 500만원으로 1983년 신영화학을 창업한 김보균 회장은 뛰어난 사업 수완을 발휘 3년 만에 매출 1억원을 달성하고 차츰 전자 사업으로 회사 사업영역을 넓혀갔다. 이즈음 회사명도 화학(Chemistry)과 전자(Electronics)를 합쳐 ‘켐트로닉스’로 바꿨다.
켐트로닉스가 전자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건 1997년 정전용량 터치 센서 개발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켐트로닉스는 세계 최초로 LCD TV, 모니터, 에어컨 등에 터치 모듈을 적용하면서 국내 모듈 업계 선두주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이후에는 TV, 스마트폰, 태블릿PC, 노트북 등의 액정을 얇게 깎는 ‘씬 글라스’(Thin Glass) 사업과 전자기기의 전자파 흡수체, 무선충전기용 소재를 제조하는 사업으로 영역을 또한 크게 넓혔다.
전자사업 분야에서 켐트로닉스의 이런 활약은 원천 기술력 확보를 위한 꾸준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켐트로닉스는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2006년 디지털센서연구소와 전자재료연구소를 설립했다. 연구 인력도 전체 직원 수의 20%에 달한다.
화학사업에서 전자사업, 자율주행 신사업에 이르기까지 30여 년 동안 회사를 꾸준히 성장시킨 김보균 회장의 남은 꿈은 ‘매출 1조원 돌파’와 오랫동안 지속하는 ‘100년 기업 건설’이다.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김 회장은 최근 사업 초기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사람과 소통에 집중하고 있다. 첨단 기술을 다루는 기업의 가장 핵심은 그 기술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사람이라는 게 김 회장 생각이다.
김 회장은 “내부 소통에 문제가 생기면 비전과 방향성을 직원들과 함께 공유하기 어렵다”며 “앞으로도 구성원들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서로 원활히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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