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이어 푸틴도 4연임
영유권 분쟁 등 서방과 갈등마다
서로 부족한 곳 채워주며 ‘밀월’
‘미국 견제’엔 더욱 강하게 밀착
#두 정상 갈등요인은?
중국 ‘일대일로’로 러시아 영향력 약화
‘차이나머니’ 유입 러시아 경제 위기도
“공산주의 독재시대 회귀” 우려
미국과 유럽 등 기존 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서방세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미 절대권력자 반열에 올랐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8년 3월이라는 같은 시기에 헌법을 바꿔가며 장기집권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시(習)황제’ 등극과 ‘차르’ 푸틴 4연임이 맞아 떨어지면서 지구상에서 각각 인구와 영토가 가장 많고 넓은 두 나라가 과거 ‘공산주의’ 독재시대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두 사람이 연합해 미국과 서방에 도전할 경우 국제사회에 태풍이 몰아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서방이 우려하는 건 성향이 비슷한데다가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이해관계도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두 사람은 집권 과정이 똑같다. 시 주석은 올해 양회(兩會ㆍ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통해 사실상의 종신 절대권력자가 됐고, 푸틴 대통령도 대선에서 승리함으로써 또 다시 6년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두 사람은 2012년부터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어려울 때 손을 내밀며 밀월 관계를 유지해왔다. 시 주석은 2015년 서방국 정상들이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한 우크라이나 사태를 이유로 러시아의 2차 세계대전 전승절 군사 퍼레이드를 외면할 때 푸틴 대통령 옆자리를 지켰다. 지난해 5월 시 주석이 주최한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국제포럼에 대다수 서방국 정상들이 불참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직접 참석해 기조연설까지 했다. 이런 방식으로 지금까지 두 사람이 공식적으로 만난 횟수만 22차례나 된다.
특히 ‘미국 견제’에서는 더욱 강하게 협력했다. 동아시아 패권 확보와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 강화를 원하는 시 주석을 위해 러시아는 첨단 무기를 공급하고 시베리아 천연가스를 공급했다. 일대일로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상하이협력기구(SCO) 등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를 대체하기 위한 시 주석의 다양한 시도에 푸틴 대통령은 적극 호응했다. 시 주석도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 등 서방의 경제제재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러시아에 ‘차이나 머니’를 수혈했다.
미국과 서방은 힘이 세진 두 정상이 미국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어 ‘신냉전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특히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지역 등에서의 공동 군사훈련 등으로 미국과의 긴장 조성을 피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남북ㆍ북미 정상회담 개최 과정에서도 중재자를 자임하며 다자간 대화 채널 구축에 힘을 보태는 방식으로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타협이 불가능한 이해관계 상충도 존재한다. 시 주석의 중장기 국가전략인 일대일로가 대표적이다. 푸틴 대통령 입장에선 앞마당격인 중앙아시아를 관통해 중국을 동유럽과 연결하는 이 프로젝트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일대일로가 경협 위주라지만 해당 국가의 정치ㆍ외교분야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 지역에서 러시아의 우월적 지위가 위협받을 수 있는 것이다. 차이나머니의 대량 유입으로 러시아의 에너지ㆍ금융분야 산업기반이 흔들린다는 러시아 내부의 반발이 적지 않고, 중국이 러시아로부터 도입한 전략무기들을 베껴 양산한다는 논란도 크다.
‘시황제’ 등극과 ‘차르’의 4연임, 이들의 관계와 국제 정세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가오페이(高飛) 중국외교학원 교수는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은 서방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국제무대에서 발언권을 높이고 영향력을 넓히는 좋은 시도가 될 것”이라고 긍정평가했다. 반면 ‘붉은 자본’의 저자 프레이저 하위는 “1인 장기집권은 모든 일의 성패가 특정인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주중대사관 고위관계자는 “우리 정부로서는 한반도 정세 급변 상황에서 의도적으로라도 중국과 러시아의 역할을 부각시킴으로써 미국과 불필요한 긴장관계가 형성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