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촉박한데 의제 등 안 정해져
대북 협상 경험자도 절대 부족
협상장에서 엉뚱한 결과 나올 수도
북한의 긴 침묵이 이어지는 가운데 북미정상회담을 우려하는 미국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촉박한 준비 기간, 대북 협상 경험자 부족, 북한정권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북미회담 준비에 허둥대고 있다’는 기사를 통해 이 같은 우려를 전했다. 백악관이 5월 정상회담을 못박았지만 회담장소, 회담의제, 회담참석자 등 준비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WP는 외교안보 전문가들을 인용해 “백악관이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기대한다면, 행정부는 이 과제에 완전히 몰두(engage)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WP는 회담 실패에 따른 우려가 북미정상회담과 맞먹는 사례는 냉전시기인 1985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서기장의 제네바 회담 밖에 없었다며 이런 분위기를 전했다.
단계적인 사전준비를 거쳐 성사됐던 예전 회담의 준비방식을 이번 회담에 준용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 다수의 견해이기도 하다. 부시 행정부 당시 국방부에서 일했던 댄 블루멘털 미국기업연구소(AEI) 연구원은 “이번 회담을 ‘최종게임’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북한과 맺을 관계의 모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이번 정상회담을 행동을 이끌어내는 이벤트로 만들지, 대원칙에 합의하는 자리로 만들지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시간과 경험이 없고, 협상의 상대도 명확하지 않은 만큼 후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 전직 당국자들도 잇따라 조심스러운 접근을 주문했다. ‘미국의소리’에 따르면 켈리 맥사멘 전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은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북한이 외교로 미국에 접근해 시간을 끌면서 뒤에서는 다른 짓을 할 수 있다”면서 “북한이 미국본토를 타격할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어떤 억제책을 쓸지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커트 캠벨 전 국무부 아태담당 차관보는 북한이 비핵화에 따른 제재 해제를 포함한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해 올 것이라면서 실무자 협상을 통해 반드시 이 문제를 짚고 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장 큰 변수는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한 아시아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될 일을 알려주고, 대안으로 A,B,C가 있다고 알려주더라도 협상장에서 그는 엉뚱한 결과를 들고 나올 수도 있다”고 WP에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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