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박세진의 입기. 읽기] 스타 디자이너를 찾습니다

입력
2018.03.21 04:40
19면
0 0
새롭게 버버리를 이끌게 될 디자이너 리카르도 티시. 출처: grailed.com
새롭게 버버리를 이끌게 될 디자이너 리카르도 티시. 출처: grailed.com

2018년도 벌써 3개월이 지나면서 디렉터 자리가 공석이었던 몇몇 패션 브랜드에 새로운 얼굴들이 임명되고 있다. 새로운 사람의 등장을 통해 우리는 앞으로 그 브랜드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예상할 수 있다. 왜 그 사람을 택했을까를 곰곰이 생각해 보는 것도 현재의 패션을 이해하는 데 좋은 힌트가 되어준다. 가장 큰 뉴스라면 역시 셀린느와 버버리다.

셀린느는 2008년 입성한 피비 필로가 이끌고 있었다. 모던하고 세련된 분위기 덕분에 필로필스(Philophiles)라고 부르는 열렬한 추종자들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덕분에 셀린느의 지난 10년간 연간 매출액은 2,500억에서 9,000억원 가까이로 상승했지만 최근 들어 성장에 한계를 보이고 있었다.

새롭게 셀린느를 이끌게 된 사람은 에디 슬리먼(Hedi Slimane)이다. 2000년대에는 디올 옴므에서, 2010년대에는 생 로랑에서 굉장한 상업적 성공을 이끌어 냈던 스타 디자이너다. 여성복에 한정돼 시장 확장에 한계를 보이던 셀린느에서 슬리먼은 남성복을 비롯해 향수 라인, 오트쿠튀르까지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버버리의 경우 2001년부터 크리스토퍼 베일리(Christopher Bailey)가 이끌고 있었다. 오랜 역사의 버버리가 가진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쇄신했고 그에 힘입어 2013년에는 버버리의 최고경영자(CEO)로 임명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 후 성과가 제자리를 맴돌며 2016년에 CEO자리에서 내려왔고 이제 디렉터 자리도 내놓게 되었다.

앞으로 버버리를 이끌게 된 사람은 리카르도 티시(Riccardo Tisci)다. 2005년부터 지방시를 완전히 새롭고 현대적인 브랜드로 바꿔내는 데 성공했다. 특히 고딕과 로맨티시즘을 기반으로, 스트리트 패션을 하이 패션의 전면으로 이끌어내 지금의 트렌드를 만들어 낸 선구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사람의 교체에는 역시 경제적인 원인이 커 보인다. 슬리먼은 디올 옴므와 생 로랑에서, 티시는 지방시에서 이미 상업적 성공과 존재의 가치를 증명했다. 말하자면 이미 검증되었다. 이에 비해 버버리는 최근 2,3% 성장률을 답습하고 있었고, 셀린느는 여성복만 가지고는 더 넓어질 시장이 딱히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셀린느와 버버리의 기존 점유 지점이 꽤 특별했다는 사실이다. 특히 셀린느의 경우가 그렇다. 시대를 조금씩 앞서 가는 세련됨을 유지하면서도, 실제 일상의 옷으로 선택할 수 있는 옷은 사실 의외로 많지 않다. 필로는 떠났지만 필로필스들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들이 이제 무슨 옷을 사게 될 것인가를 두고 이미 경쟁이 시작되기도 했다.

또한 슬리먼이나 티시는 너무 많이 알려진 스타들이다. 사업의 규모가 커지다 보니 다들 안정 지향의 운영을 하고 있고 이는 새로운 것을 볼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이와 비교하면 구찌의 경우 잘 알려져 있지 않던 알레산드로 미켈레라는 내부 인재를 등용해 구찌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냈고 매출의 급성장과 함께 현재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과연 패션에서 안정된 선택이라는 게 의미가 있을지, 앞으로 보게 될 것이다.

슬리먼을 데려간 셀린느는 앞으로 5년 이내 매출을 두 배로 늘리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슬리먼이 나간 후 안토니 바카렐로가 이끌고 있는 생 로랑도 5년 후인 2021년까지 매출을 두 배로 올리는 게 목표라고 했다. 버버리는 명시적으로 밝힌 건 없지만 거창한 목표가 있을 건 분명하다.

사실 구찌나 셀린느, 생 로랑이나 버버리 같은 최고급 제품을 내놓는 브랜드들이 몇 년 사이 매출 두 배를 목표로 잡고,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게 정상적인 상황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이는 자기 만의 세계를 구축해 구매자들의 취향을 설득하던 고급 브랜드들에게 유행이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커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규모와 선점, 그리고 히트 제품이 중요해진 것이다.

다들 말하는 크고 근사한 목표를 과연 실현해 낼 수 있을지 아직은 미지수다. 그 실현을 위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최대한 뽑아내고 여기에 혼돈스러운 시장을 뚫어 낼 전략들이 합쳐지며, 패션은 앞으로 나갈 동력을 얻게 되는 게 아닐까.

칼럼니스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