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ㆍ중ㆍ일ㆍ인도 등 추락 예상 지역
대기권 진입해 폭발ㆍ공중분해
파편에 사람 맞을 확률 1조분의 1
우주에서 추락 중인 중국의 실험용 우주정거장 ‘톈궁(天宮) 1호’가 이르면 이달 30일 지표로 떨어질 전망이다.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은 “3월 말부터 4월 중순 사이에 톈궁 1호가 지구에 추락할 것”이라고 21일 밝혔다. 앞서 16일(현지시간) 유럽우주국(ESA)은 톈궁 1호의 추락 시기를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6일 사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지구 상공 약 216㎞에 떠 있는 톈궁 1호가 대기권에 재진입할 것으로 예상하는 지역은 북위 43도부터 남위 43도 안쪽 지역이다. 한반도 호주 인도 브라질 멕시코는 물론, 아프리카 전역이 여기에 포함된다. 미국 일본 중국의 상당수 지역과 남부 유럽, 남아메리카 대륙 대부분 역시 추락 위험지역이다.
중국 소설 ‘서유기’에서 손오공이 소란을 피운 천상의 궁궐(天宮ㆍ톈궁)에서 이름을 따온 톈궁 1호는 2011년 발사됐다. 이후 중국 무인우주선 선저우(神舟) 8호, 유인우주선인 선저우 9호ㆍ10호와 잇달아 도킹에 성공하면서 중국의 ‘우주 굴기’를 과시했다. 톈궁 1호를 통해 중국은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 번째로 도킹 기술 보유국이 됐다.
그러나 2016년 3월 공식 임무를 끝으로 통제력을 상실하면서 톈궁 1호는 본궤도를 벗어났다. 현재는 중력에 이끌려 점차 지구로 떨어지고 있다. 추락하는 우주비행물체는 상공 120㎞에 도달하면 대기 마찰열이 높아져 본체에 불이 붙고, 상공 80㎞에선 폭발해 공중분해 된다. 인공위성 등 크기가 작은 우주비행물체는 이 때 거의 소멸한다.
일각에선 톈궁 1호(길이 10.4mㆍ무게 8.5톤)가 인공위성보다 크다는 점을 근거로 파편 잔해물이 지상으로 떨어져 인명피해를 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조중현 천문연 우주위험감시센터장은 “현재까지 우주비행물체의 추락으로 인한 인명피해 사례는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위험성을 일축했다.
지상에 떨어지는 우주 파편에 맞아 다칠 확률은 1조분의 1에 불과하다. 사람이 벼락에 맞을 확률(140만분의 1)보다 낮다. 화성 궤도진입에 실패해 지구 궤도를 떠돌다가 2012년 1월 추락한 러시아 무인 화성탐사선 ‘포보스 그룬트’의 무게는 13.2톤에 달했으나, 일부 파편이 태평양에 떨어졌을 뿐 인명피해가 없었다.
조 센터장은 이어 “추락위험 지역(북위 43도~남위 43도)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면적은 0.028% 수준에 불과해 설사 파편이 지상으로 떨어진다고 해도 국내로 향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말했다.
정부는 톈궁 1호의 파편이 한반도에 떨어질 확률은 매우 낮지만, 추락 위험지역에 포함된 만큼 사고 대비 대응체계를 점검하기로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2일 대전 유성구 천문연에서 이를 위한 관계기관 합동회의를 연다. 김진우 과기정통부 우주기술과장은 “톈궁 1호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 추락 예상 1주일 전, 2일 전, 최종 2시간 전에 상황을 안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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