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PM10)ㆍ초미세먼지(PM2.5)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머리카락(지름 70㎛ 안팎)보다 지름이 30배 가까이 작은 2.5㎛(마이크로미터ㆍ1㎛는 100만분의 1m)의 초미세먼지는 물론이고, 비교적 큰 미세먼지(지름 10㎛)도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미세먼지ㆍ초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는 날에는 하늘이 유독 뿌옇게 보인다. 무엇 때문에 그런 걸까.
빛은 자외선과 가시광선, 적외선 등으로 이뤄져 있다. 사람이 볼 수 있는 가시광선의 파장대는 380~780㎚(나노미터ㆍ1㎚는 1,000분의 1㎛)다.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 등으로 구성된 가시광선 중 물체에 흡수되지 않고 반사돼 우리 눈으로 들어온 색이 그 물체의 색이 된다. 바나나가 노랗게 보이는 건 노란 가시광선이 반사됐기 때문이다. 모든 가시광선이 반사돼 우리 눈에 들어오면 하얗거나 뿌옇게, 모두 흡수돼 반사되는 게 없으면 검은색으로 보인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 하늘이 뿌옇게 보이는 건 햇빛이 미세먼지와 부딪힌 뒤 흩어지는 산란 현상 때문이다. 김정은 국립기상과학원 연구사는 “비교적 입자가 큰 미세먼지와 햇빛이 부딪히면 모든 영역의 가시광선이 반사된다”며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 하늘이 뿌옇게 보이는 건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햇빛이 대기 중 큰 입자와 부딪혀 산란하는 현상을 ‘미 산란’이라고 한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초미세먼지가 시정(목표물을 명확하게 식별할 수 있는 최대 거리) 감소에 미치는 영향은 일산화탄소ㆍ아황산가스 등 대기오염물질보다 9.0~10.1배 높았다.
햇빛은 산소 질소 등 빛의 파장(마이크로미터로 환산하면 0.38~0.78㎛)보다 작은 입자와도 부딪힌다. ‘레일리 산란’이라고 하는데, 이때는 주로 짧은 영역의 빛이 주로 산란한다. 하늘이 파랗게 보이는 이유는 가시광선에서 보라색(0.38㎛) 파란색(0.45㎛)의 파장이 빨간색(0.78㎛)보다 짧기 때문이다.
다만 하늘이 파란색보다 파장이 짧은 보라색이나 남색으로 보이지 않은 건 햇빛의 이동거리와 관련이 있다. 낮에는 해가 머리 위에 있어 햇빛의 이동거리가 비교적 짧다. 파장이 짧은 보라색과 남색 빛이 먼저 산란해 없어진 뒤 파란색 빛이 대기 중에 산란하기 때문에 하늘이 파랗게 보이는 것이다. 반대로 햇빛의 이동 거리가 상대적으로 긴 저녁에는 짧은 파장의 가시광선은 이미 다 산란한 뒤, 빨간색이 대기 중에 산란한다. 저녁노을이 붉게 보이는 이유다.
미세먼지의 입자 크기에 따라 하늘이 뿌연 정도도 달라진다. 미세먼지가 주를 이루는 황사보다 초미세먼지가 많은 날 더 뿌옇게 보인다. 미세먼지 농도는 1㎥당 미세먼지 혹은 초미세먼지의 총량(㎍ㆍ마이크로그램)이 얼마나 인지로 따지는데, 농도가 같더라도 초미세먼지 개수가 미세먼지보다 많기 때문이다. 무게가 100이 있을 수 있는 공간에 무게가 1인 초미세먼지 100개와 무게가 10인 미세먼지 10개가 들어가는 식이다. 그만큼 빛이 산란하는 정도도 차이가 난다.
습도 역시 시정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80㎍/㎥ 이상일 경우 습도가 10% 상승할 때마다 시정이 평균 13.8%가량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안개 자체도 문제지만 안개 낀 날, 미세먼지 농도까지 높으면 특히 더 문제가 된다. 동종인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보통 안개는 해가 뜨면 사라지지만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수증기와 미세먼지가 서로 반응해 안개의 지속시간도 길어진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화창한 날이라 안심하는 것 역시 금물이다. ‘맑은 황사’라는 말처럼, 건조하면서 미세먼지가 높은 날에는 햇빛이 상대적으로 덜 산란해 맑은 날처럼 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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