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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부모가 못 한 총기규제… 밀레니얼 세대 ‘혁명’ 나섰다

입력
2018.03.25 13:4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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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기다리지 않겠다” 선언

주말 워싱턴에 수십만 명 모여

2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펜실베니아 거리에 총기 규제를 촉구하는 시위대가 운집해 행진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펜실베니아 거리에 총기 규제를 촉구하는 시위대가 운집해 행진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2000년 5월 4일 워싱턴에 총기 규제를 촉구하는 시위대 70여만명이 몰렸다. ‘백만 엄마 행진(Million Mom March)’으로 당시까지 총기 규제 집회 사상 최대 규모였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총기 사건에 어머니들이 팔을 걷고 나서 총기를 규제하라는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주최 측은 “새로운 운동의 탄생”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18년이 지나 24일(현지시간) 워싱턴에 다시 80만명(주최 측 추산)이 모였다. ‘우리 생명을 위한 행진(The March for Our Lives)’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어머니가 아니라 바로 학교 총기 사건 피해 당사자인 10대가 이 시위를 주최했다. 지난달 14일 플로리다주 파크랜드의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 총기 난사 사건 생존 학생들이 중심이 됐다. 친구들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이들은 슬픔에 잠겨만 있지 않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네버어게인(Neveragain)’ 캠페인을 벌이며 수업거부 시위를 조직했고 전미총기협회(NRA)와 제휴관계인 기업들에 대한 불매운동 등에 나선 데 이어 대규모 집회로 정치적 행동에 돌입한 것이다. 이날 한 10대 연사는 “혁명에 참여한 것을 환영한다(Welcome to the revolution)”며 자신들의 운동을 ‘혁명’으로 규정했다.

‘우리 생명을 위한 행진’은 워싱턴 뿐만 아니라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등 800여개 도시에서 동시에 진행됐으며 유럽의 로마ㆍ베를린ㆍ런던 등지에서도 크고 작은 집회가 열렸다. 메인 무대인 워싱턴 행사의 연사들은 대부분 교내 총기 사건으로 친구와 가족 등을 잃은 10대들로서 자신들이 겪은 불안과 좌절감을 토로하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아 많은 이들을 뭉클하게 했다. 마조리 스톤맨 더글라스 고교 총기난사 사건 생존자로 총기규제 운동의 상징적 인물이 된 운동가 에마 곤살레스는 6분 20초 동안 희생자를 일일히 호명한 뒤 침묵했다. 6분 20초는 사건 당시 총기 공격 시간과 동일하다. 한 학생은 총기 사건으로 희생된 친구의 생일이 오늘이라며 ‘해피 버스데이(Happy birthday)’ 노래를 불러 참석자들을 눈물 짓게 했고 11세인 흑인 소녀도 연단에 올라 당찬 목소리로 ‘네버 어게인’을 외쳐 큰 환호를 받았다.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의 손녀 욜란다 르네 킹도 연사로 나서 ‘나에게는 꿈이 있다’는 조부의 유명한 어구 뒤로 “더 이상 참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위대한 세대가 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새로운 사회 운동의 주역들은 이른바 총기 난사 세대다. 1999년 콜로라도주 컬럼바인 고교 총격 참사 이후 지금까지 200여명의 학생들이 총격 사건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 기간 193개 학교에서 학생 18만7,000여명이 총격 사건을 경험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부모 세대가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를 총기 난사를 일상적으로 경험하게 된 밀레니얼 세대들이 “더 이상 기다리지 않겠다”며 전면에 나선 것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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