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세~37세(1981~1996년생) 연령층인 미국 밀레니얼 세대 10명 중 4명은 파격적 승진 기회가 생기면 사랑도 기꺼이 포기할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10명 중 3명은 인생을 바꿀 일생일대의 승진 기회를 맞는다면 현재의 연인 관계도 정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등 선진국에서 두드러지고 있는 저출산 현상이 사랑보다 돈과 경력을 중시하는 젊은 계층의 가치관 변화 때문일 수도 있다는 의미다.
미국 경제 전문지 안트러프러너(Entrepreneur)는 5일 학자금 대출 업체 코멧(Comet)이 자산의 미혼직원 36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를 인용, “밀레니얼은 경력 관리를 위해 연애 감정을 얼마든지 포기할 수 있는 세대”라고 밝혔다.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41%가 파격 승진 기회가 생기면 연인 관계를 정리할 수 있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는 ‘인생을 바꿀 만한 승진 기회’를 잡기 위해서라면 평균 11년 간 연애를 미뤄도 좋다고 답했다. 이미 연인이 있는 경우에도 8년 간 결혼을 미루겠다고 밝혔고, 결혼한 경우라면 출산을 7년 간 미룰 수 있다고 답했다.
매우 상당한 규모의 연봉 인상 기회가 생길 경우 현재의 연인 관계를 과감히 정리하겠다는 의견도 전체 응답자의 32%에 달했다. 남성 응답자는 평균 연봉이 4만6,000달러(5,000만원) 인상되면 연인 관계를 끝내겠다고 답했고, 여성 응답자는 같은 질문에 2만7,000달러를 연인과 결별할 수 있는 기준 금액으로 제시했다.
현재 연인이 없는 경우 승진을 위해 새로운 연애를 포기하겠다는 의지는 남성이 더 강했다. 여성은 연봉이 5만1,000달러가 인상되면 연애를 미루겠다고 답한 반면 남성은 2만3,000달러만 높아져도 그렇게 하겠다고 응답했다. 또 여성이 결혼도 미룰 정도의 연봉 인상 기준을 9만3,000달러라고 답한 것과 달리 남성은 3만7,000달러가 오르면 결혼을 미루겠다는 뜻을 밝혔다.
‘삼포세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라는 별명이 붙은 한국의 청년 세대를 떠올리게 하는 미국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은 다른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2015년 전미가족성장보고서(NSFG)에 따르면 1950년대 출생한 남성 중 27%만이 33세에 미혼이었으나, 1990년대 태어난 남성은 같은 나이에서 절반이 미혼 상태일 것으로 전망됐다. 또 1940년에 출생한 여성은 9%만이 33세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1980년대 출생 집단에서는 38%가 미혼 상태였다.
코멧 관계자는 “밀레니얼이 미국에서 경력 관리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이는 세대이자 사랑과 가족, 연인 관계 등의 진정한 가치를 아직 깨닫지 못한 세대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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