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도 대북제재 공조 균열 의식
‘한미일 vs 북중러’ 인식엔 경계
양제츠 특사 한국에 파견
중국이 어렵사리 성사된 북중 정상회담을 발판으로 한반도 문제 해결 과정에서의 주도권 잡기에 본격 나서는 모습이다. 한국과 북한을 연이어 접촉하면서 발언권을 높이고 존개감을 키움으로써 한반도 문제에 있어 ‘중국 역할론’을 부각시키려는 속내가 엿보인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해외판 소셜미디어 계정인 협객도(俠客道)는 28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중국 방문 및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은 한반도 문제에서 ‘차이나 패싱’(중국 배제)은 없다는 걸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주요 관영매체들이 ‘차이나 패싱’이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쓰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정부의 그간 불편했던 속내를 반영하는 보도로 볼 수 있다. 실제 중국은 이번 북중 정상회담을 “중조 우호관계의 새로운 페이지를 연 일대 사건”(환구시보)이라고 치켜세우며 양국 관계 복원에 초점을 맞췄다. 북중관계 악화로 자칫 한반도 문제가 ‘남ㆍ북ㆍ미’ 3자 구도로 흘러갈 수 있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고 보는 것이다.
중국은 그러나 이번 북중 정상회담이 ‘한ㆍ미ㆍ일 대 북ㆍ중ㆍ러’ 구도를 겨냥한 것으로 인식되는 걸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북한과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밝혔다는 점도 함께 부각시키는 이유다. 이번 관계 개선이 자신들의 비핵화 주장에 북한이 동의한 결과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대북제재 공조 균열 우려를 의식한 측면도 있다.
시 주석이 29일 중국 외교의 핵심인물인 양제츠(楊潔篪)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을 특별대표 자격으로 한국에 보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위원장 귀국 직후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과의 대화 내용을 설명하는 형식을 갖춤으로써 한반도 문제 해결 과정에서 한국과 긴밀히 협력할 것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북중관계를 개선하는 것과 한중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 결코 배치되지 않는다는 메시지인 셈이다. 이는 중국만이 남북 양측과 직접 접촉하면서 한반도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수 있음을 부각시킴으로써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도권이 자신에게 있음을 보여주려는 것이기도 하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차이나 패싱을 우려했던 중국이 김 위원장 방중 성사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좀 더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여지가 커졌다”면서 “다만 통상 문제나 남중국해 분쟁 등 미국과의 갈등 현안에 대한 대응을 한반도 문제와 연계할 경우 비핵화 논의 전반이 어그러질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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