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간 비핵화 담판 구상 틀어져
“중국 정부 사전통보 없어” 불만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방중을 사전에 통보 받지 못한 미국의 속내가 편치 않아 보인다. 북미 정상 간의 담판으로 비핵화 문제를 풀어보려던 차에, 갑자기 중국이 전면에 튀어나오면서 미국의 셈법도 복잡해지는 모습이다. 일단 미국은 중국에게 더욱 견고하게 대북 제재에 동참해줄 것을 독려하는 메시지로 견제에 나섰다.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낸 최대의 대북 압박 전략을 유지하면서 미국 주도로 북핵 판을 쥐고 가겠다는 의도다.
김 위원장 방중에 대한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언급은 28일 중국과 북한 당국의 공식 발표 이후에서야 나왔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27일(현지시간) ‘김정은의 방중에 대한 중국 정부의 발표에 부쳐’라는 성명을 통해 “중국 정부가 화요일(오늘) 김정은의 베이징 방문에 대해 브리핑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뤄진 국무부 브리핑에선 “이번 방문에 대해 중국과 어떤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는 말로 사전에 언질 조차 받지 못했다는 점이 확인됐다. 헤더 나워트 대변인은 중국을 방문한 최고위급 인사가 김 위원장이 맞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잘 알지 못한다. 그에 관해 이야기를 듣기를 고대한다”며 “누가 방문한 것인지 중국이 발표하도록 남겨두겠다”고 했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중국의 등장은 미국 입장에서 부담일 수 밖에 없다. 최대의 압박으로 북한을 벼랑 끝으로 몰아붙여 비핵화 결단을 이끌어내려는 게 미국의 구상인데, 중국이 북한의 후견인을 자처하고 나서면 동력이 그만큼 떨어지기 때문이다. 당장 김 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주석과의 대화에서 비핵화 전제 조건으로 미국과 한국의 단계적 조치를 내세운 것은 북핵 협상에서 ‘선(先) 비핵화’를 상수로 놓고 온 미국 외교안보팀의 생각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미국은 중국의 궤도 이탈을 우려한 듯, 중국 단속에 나서며 기 싸움을 벌였다. 샌더스 대변인은 “(김 위원장의 방중과 북중 정상회담 등은) 우리의 최대 압박 전략이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적절한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추가 증거”라며 ‘중단 없는 채찍’만이 대북 해법의 유일한 길이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도 중국에게 추가 제재 조치를 요구했다. ‘중국이 북한을 경제적으로 도울 것으로 보냐’는 질문에 “당연히 그러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중국은 (북한을) 엄중 단속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사항을 준수하는 데 있어 훨씬 더 많은 걸 할 수 있다. 중국이 이를 피하지 않길 바란다”며 압박했다. 북핵 협상 국면에서도 미국의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도 확인했다. 나워트 대변인은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 ‘5월 안에 성사되는 게 맞냐’는 질문에 “정상회담을 위한 우리의 구상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한 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주요 조율자이며 국무부는 그에 필요한 모든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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