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초청으로 베이징을 방문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이틀 간의 짧은 베이징 방문 기간에 환영 만찬과 환송 오찬 등 두 차례 연회를 열고 손수 김 위원장에게 차를 따라 주는 등 시 주석의 김 위원장 대접이 지난해 ‘황제의전’으로 화제가 됐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대접 못지않았다는 것이다.
중국 CCTV가 공개한 일정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2011년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방중한 것처럼 특별열차를 이용해 26일 오후 베이징에 도착했다. 김 위원장은 첫 일정으로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뒤 국가 정상 방중 때 행해지는 의장대 사열을 했다. 중국은 의장대 사열도 공개 활동을 꺼리는 김 위원장을 배려해 인민대회당 내에서 진행했다.
김 위원장을 위한 저녁 환영 국빈만찬은 인민대회당에서 가장 호화로운 내부 장식으로 유명한 진써다팅(金色大廳)에서 열렸다. 진써다팅은 올해 양회(兩會ㆍ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이 열린 곳이자 중국이 중요 행사를 할 때 주로 사용하는 장소다. 만찬에는 상무위원 전원이 참석했던 트럼프 대통령 환영 만찬보다는 못하지만,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왕치산(王岐山) 국가 부주석, 왕후닝 정치국 상무위원과 양제츠 정치국원 등 핵심 요인들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 숙소는 중국 영빈관인 댜오위타이(釣魚臺) 내 가장 좋은 숙소인 18호각이었다. 외국 정상들이 베이징을 방문할 때 주로 투숙하는 곳으로 조부 김일성 주석과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베이징 방문 당시 묵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 부부는 이튿날 ‘베이징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중관촌(中關村) 중국과학원에 들러 ‘중국과학 혁신성과전’을 참관한 뒤 댜오위타이로 다시 돌아와 환송 행사 격인 오찬연회에 참석했다. 시 주석은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와 함께 오찬장인 양위안자이(養源齎)에서 김 위원장 부부를 맞았고, 경내를 직접 소개했다. 양위안자이는 외국 정상 방중 시 환영 만찬을 여는 중식당으로 1987년 김일성과 덩샤오핑(鄧小平)이 만찬을 한 장소이기도 하다.
시 주석은 오찬에서 트럼프 대통령 부부에게 했듯이 김 위원장 부부에게 직접 차를 대접했고, 오찬을 마친 뒤 귀국길에 오르는 김 위원장 부부를 직접 배웅했다. 시 주석이 ‘트럼프급 의전’으로 북중관계 정상화에 대한 열망을 김 위원장에게 여과 없이 전달한 셈이다. 김 위원장도 역대 북한 정상의 외국 방문으로는 매우 이례적으로 부인 리설주와 함께 방중 일정을 소화해,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의 부부 동반 방중을 연상시켰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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