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대변인이 세월호 참사에 분노한 국민을 ‘7시간 부역자’, ‘농단의 주범’으로 모는 논평을 내 비판이 일고 있다. 앞서 28일 검찰이 발표한 ‘세월호 사고 보고 조작 수사결과’에 따르면, ‘박근혜 청와대’는 참사 당일 부실 대처를 은폐하기 위해 보고ㆍ지시 시각을 포함한 전방위에 걸쳐 청와대의 행적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논평으로 파장이 일자, 뒤늦게 원내대표가 나서서 ‘당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진화에 나섰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29일 전날(28일) 홍지만 대변인이 낸 논평과 관련해 “우리 당의 입장이 최종 조율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상당 부분 수정해서 다시 나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당의 공식 논평이 아니라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공식이라고 확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검찰 수사로 밝혀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태에 “어찌됐던 그 불행한 사고 시간에 대통령이 집무실에 있지 않고 침실에 있었다는 자체만으로 국민들은 어떤 경우든 납득하고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며 “잘못된 것”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28일 검찰의 발표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의 총체적 부실 대처가 밝혀졌지만, 한국당은 되레 국민에 화살을 돌린 논평을 냈다. 홍지만 대변인은 28일 발표한 논평에서 “검찰은 7시간 의혹엔 실체가 없다고 발표했다”며 “업무를 잘못했다고 탓을 했으면 됐지 7시간의 난리 굿을 그토록 오래 벌일 일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정상적인 근무 상태가 아니었을 수 있다는 말, 정윤회씨와의 밀회설, 종교의식 참석설, 프로포폴 투약설, 미용 시술설 등 온갖 유언비어가 나라를 뒤흔들었”는데, 모두 사실이 아니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의 구조 골든타임이 지나서까지 침실에 머물렀다. 김관진 당시 국가안보실장이 보고를 하려고 두 차례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아 안봉근 전 비서관이 관저 내실에 들어가 박 전 대통령을 불러내 보고했다. 이미 세월호 선체가 침몰한 이후였다. 박 전 대통령은 당일 오후 2시 15분이 돼서야 이영선 당시 행정관이 데려온 최순실씨와 함께 문고리 3인방(정호성ㆍ이재만ㆍ안봉근 비서관)과 약 30분간 대책회의를 한 뒤 최씨의 제안대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하기로 결정했다.
부실한 대처도 문제지만, 당시 청와대는 세월호 참사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참사 보고와 지시 시간,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 등을 조작했다. 또 “참사 당일 관저에 출입한 외부인은 간호장교와 미용사밖에 없었다”며 최씨의 출입 사실도 은폐했다. 총체적인 거짓이 드러난 것이다.
더구나 ‘세월호 7시간’의 의혹을 키운 건 당시 청와대였다. 참사 이후 대통령으로서 기본 직무를 제대로 수행했는지 여부를 밝힐 책임이 있었지만, ‘박근혜 청와대’는 숨기기에 급급했다.
그런데도 홍 대변인은 “(세월호 7시간의) 실체는 단순하다”며 “박 전 대통령은 ‘구조 골든타임’이 지난 뒤에야 참사 발생을 알게 됐고, 최순실씨가 청와대로 오기 전까지 국가안보실장, 해양경찰청장에게 전화 지시를 한 번씩 한 것 외에는 별다른 행동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논평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을 만난 것도 사전에 예약된 만남일 뿐”이라고 밝혔다. 부실 대처의 책임을 인정하는 발언은 없었다. “업무를 잘못했다고 탓을 했으면 됐지 7시간의 난리굿을 그토록 오래 벌일 일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와 당일 박 전 대통령과 청와대의 조치에 분개했던 국민을 향해선 ‘석고대죄’를 요구했다. “당시 이처럼 거짓말을 일삼았던 세력에게 참회와 자숙을 요구한다”며 “현재의 야당뿐 아니라 시민단체, 소위 좌파 언론을 포함해 7시간 부역자는 모조리 석고대죄 해야 한다. 세월호 7시간을 원망하며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이끈 시민들의 ‘촛불혁명’도 깎아 내리며 현 정부의 정당성에 의구심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세월호에 대해 고맙고 미안하다고 쓴 문재인 대통령의 글도 이제는 다시 해석되고, 그의 집권 과정의 정당성을 고민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을 두고는 “권력의 정점에 있으면서도 그런 광풍을 저지하지 못해 수모를 당하고 결국 국정농단이란 죄목으로 자리에서 끌려 내려왔다”고 두둔했다.
홍 대변인의 논평이 나가자 마자 당 안팎에서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홍 대변인은 첫 논평을 낸 지 1시간 50분 여 만에 박 전 대통령 관련 언급을 “박 전 대통령이 인간적으로 불쌍하다”에서 “박 전 대통령이 편파적으로 수사 받았던 게 사실이다”라고 고치는 데서 그쳤다.
홍 대변인의 논평은 발표되고 나서야 홍준표 대표, 김성태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홍 대변인은 19대 국회에서 대구 달서갑 의원을 지냈고 친박계로 분류됐다. 20대 총선 때는 공천에서 탈락해 원외에 머물고 있다. 현재 김 원내대표 비서실장을 겸하고 있다.
아래는 홍 대변인의 논평 전문이다.
■세월호 7시간 진실이 밝혀졌다. 이제는 농단 주범이 책임을 말해야 한다
검찰의 세월호 7시간 의혹 수사결과 발표에 경악한다. 검찰은 7시간 의혹엔 실체가 없다고 발표했다.
그 7시간을 두고 긴 세월 벌어졌던 일은 참담하다. 정상적인 근무 상태가 아니었을 수 있다는 말, 정윤회 씨와의 밀회설, 종교의식 참석설, 프로포폴 투약설, 미용 시술설 등 온갖 유언비어가 나라를 뒤흔들었다. 의혹에 목청 돋구는 당시 야당과 시민단체의 말을 받아 일본 언론은 찌라시 같은 연애 소설을 썼고, 모 의원은 있지도 않은 성형 수술을 제기해서 온갖 곳을 쑤시고 돌아다녔다.
시민이 쓰라고 만들어 놓은 광화문 광장을 몇 년간 불법으로 사용하며 세월호를 불쏘시개 삼아 버텼던 시민단체는 무엇이며, 찌라시 같은 얘기를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사실인양 호도하며 쓴 언론은 또 무엇인가. 그리고 세월호 7시간을 탓하며 광화문에서 촛불을 태워 올린 그 많은 세력과 사람들은 또 무엇인가. 합리적 의심을 뛰어넘는 광란의 시간이 너무 오래갔다.
실체는 단순하다. 박 전 대통령은 '구조 골든타임'이 지난 뒤에야 참사 발생을 알게 됐고, 최순실씨가 청와대로 오기 전까지 국가안보실장, 해양경찰청장에게 전화 지시를 한 번씩 한 것 외에는 별다른 행동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업무를 잘못했다고 탓을 했으면 됐지 7시간의 난리굿을 그토록 오래 벌일 일이 아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을 만난 것도 사전에 예약된 만남일 뿐이다. 7시간을 두고 난무했던 주장들 가운데 사실로 드러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권력의 정점에 있으면서도 그런 광풍을 저지하지 못해 수모를 당하고 결국 국정농단이란 죄목으로 자리에서 끌려 내려온 박 전 대통령이 편파적으로 수사 받았던 게 사실이다.
당시 이처럼 거짓말을 일삼았던 세력에게 참회와 자숙을 요구한다. 현재의 야당 뿐 아니라 시민단체, 소위 좌파 언론을 포함해 7시간 부역자는 모조리 석고대죄 해야 한다. 세월호 7시간을 원망하며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리고 거짓말을 일삼았던 세력들에 대한 처벌을 고민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세월호에 대해 고맙고 미안하다고 쓴 문재인 대통령의 글도 이제는 다시 해석되고, 그의 집권 과정의 정당성을 고민하게 된다.
국민들에게는 오는 지자체 선거에서 이런 거짓말로 천하를 덮고, 허공에 온갖 것을 쑤셔 넣어 스토리를 만들고 그 허상 위에서 권력을 잡은 이들을 단죄해 주십사하고 요청 드린다. 그동안 세월호 7시간으로 세상을 농단한 자들을 주시하고 추적해야 한다고 말씀드린다.
2018. 3. 28.
자유한국당 대변인 홍 지 만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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