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영매체들 “이웃 넘어 혈맹관계”
김정은 체제 옹호 입장도 분명히
중국이 관영매체를 통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전격 방중 이후 북중 간 밀착관계를 의도적으로 과시하고 있다. 한반도 문제 해결 과정에서 ‘중국 역할론’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보이지만 미국과의 패권 경쟁을 의식한 측면도 다분해 보인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29일 논평기사에서 “중국과 조선은 일반적인 이웃 국가가 아니라 백여년간 동고동락하고 피로 맺은 우의가 있는 혈맹관계”라며 “전통적인 중조 우의를 계승하는 건 양국의 공동이익을 극대화하는 대전략”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조 우호관계의 유지야말로 동북아시아의 전략적 안정을 촉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북한과 관계를 개선하는 것 자체가 중국의 국가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못박은 것이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김 위원장의 회담은 전통적인 중조 우호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면서 “중국과 조선의 모든 인민들은 안정과 번영을 구축하기 위한 최상의 파트너가 누구인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북중 정상회담이 악화한 북중관계를 회복시키는 수준을 넘어설 것임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한발 더 나아가 북한 체제에 대한 옹호 입장도 분명히 했다. 환구시보는 “중국 당정과 인민은 조선의 독립 및 자주정신을 존중하며 일부 국가가 조선의 제도에 간섭하려는 시도를 결연히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글로벌타임스도 “중조 우호관계는 한반도 정세를 완화하고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채널”이라며 “이를 방해하는 세력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은 체제를 비난해온 미국과 일본 등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남북ㆍ북미 정상회담 개최 합의 등으로 ‘차이나 패싱’(중국 배제)을 우려했던 중국이 김 위원장의 방중과 북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자국 역할론을 부각시키는 건 자연스러울 수 있다”면서도 “중국이 통상 문제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대만 문제 등과 관련해 대미 협상카드로 북중관계를 활용하려 한다면 한반도 정세 완화 분위기 자체가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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