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처럼 소모전 없이
4시간 만에 회담 끝나
29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2018 남북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고위급 회담은 속전속결로 마무리됐다. 새해 들어 해빙기를 맞고 완연한 봄날로 넘어가는 최근 남북관계를 반영한 듯한 결과였다.
남북 고위급 대표단은 이날 오전 10시 회담을 시작해 오찬 시간 없이 전체회의 50여분, 2대2 대표 접촉 30여분, 종결회의 11분 등 5차례 접촉을 갖고 오후 2시 13분에 회담을 마쳤다. 총 4시간여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자정을 넘어서까지 회담이 진행되기가 일쑤였던 회담 전례들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속도다.
남북 대표단도 이 같은 속도감 있는 회담을 스스로 칭찬했을 정도였다. 북측 대표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회담 합의문을 발표하는 종결회의에서 “북남수뇌상봉을 위한 고위급회담을 말 그대로 일사천리로 단번에 했다”며 “앞으로 북남간 좋은 회담 문화를 창조해 가자”고 흥을 띄웠다. 남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1월 9일 회담(1차 남북고위급회담)을 한 뒤에도 그 어떤 회담보다 실효적이고 빠르게 진행됐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그걸 훨씬 더 뛰어넘은 것 같다”고 맞장구 쳤다.
조 장관은 회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례적으로 빨리 회담이 진행된 배경에 대해 “양측이 (과거라면 시간을 끌었을 합의문 내) 사소한 표현 이런 거에 서로 입장을 존중하면서 과거보다 훨씬 더 빠르게 회담이 된 것”이라며 “서로 실용적으로 정상회담을 준비해 가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4월 말 회담 개최 원칙에 합의했고, 비핵화 의제의 세부적인 사항을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빨리 끝난 측면도 있다.
양측은 이날 회담 초반부터 이견 없는 회담이 될 것을 예감한 듯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감추지 않았다. 리 위원장은 이날 회담 장소인 통일각이 광복절이 있는 1985년 8월에 완공됐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조국통일이야말로 우리 민족 제2의 해방의 날이라는 의미가 깃들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그래서인지 통일각에 들어오는 사람들 표정은 다 다르다. 통일을 위해 노력한 사람은 긍지를 느끼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죄책감이 드는데, 남측 대표단 성원들의 표정은 밝았다”고 덕담을 건넸다. 발언을 이어받은 조 장관은 “제 표정을 보고 회담 전망을 읽으셨다고 했는데 이미 다 (마음을) 들킨 것 같다”며 웃기도 했다.
판문점=조영빈 기자ㆍ공동취재단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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