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1.5트랙 회의 북측 참석자
“북미 정상회담, 내년쯤으로 예상했다”
“트럼프, 스캔들 무마하려 속도전” 분석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정상회담 제안을 45분 만에 수용한 건 김 위원장이 미처 예상하지 못했을 정도로 전격적 결정이었다는 북측 인사의 전언이 나왔다.
외교 소식통은 4일 “핀란드 1.5트랙(반관반민) 대화에서 북측 대표 중 한 명이 ‘내년쯤으로 시기를 예상하고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을 제안한 건데 트럼프가 45분 만에 제의를 받는 바람에 당황했다’고 털어놨다는 우리 측 회의 참석자의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지난달 20일(이하 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열렸던 핀란드 1.5트랙 대화에서는 남ㆍ북ㆍ미의 전ㆍ현직 관료와 학자들이 모여 한반도 정세 전반을 논의했다.
실제 미 현직 대통령과 북한 지도자간 첫 북미 정상회담 합의는 전광석화처럼 이뤄졌다.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8일 백악관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김 위원장의 “조기에 만나자”는 제안을 전해 듣자마자, 지체 없이 “5월 안에 만나자”고 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 결정에는 자신이 연루된 포르노 스캔들의 영향이 컸으리라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 분석이다. 정부 소식통은 “트럼프가 (북미 정상회담을) 일찍 받아버린 건 자국 내 포르노 스캔들 무마가 급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정 실장 회동이 있기 전인 7일부터 CNN 등 현지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과 전직 포르노 배우 스테파니 클리포드의 스캔들을 집중 보도하던 상황이었다.
애초 김 위원장은 고위급 회담 수준의 접촉을 염두에 뒀고 정상회담은 상황 추이를 봐가며 추후에 결정하자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김 위원장은 여동생 김여정과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 등 양측 2인자 수준의 접촉 성사를 기대했지만, 뜻밖에 미국이 정상회담 제안을 그대로 받았다고 정부 핵심 당국자에게 들었다”고 전했다.
최근 정황을 보면 북한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북미 정상회담 관련 일체의 보도 및 논평을 하지 않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안보 진용을 강경파로 교체하자 지난달 26일 서둘러 북중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김 위원장이 북중 정상회담에서 ‘단계적ㆍ동시적 조치’라고 언급한 것도 비핵화를 강하게 밀어붙이려는 미국의 속도전이 버거웠기 때문이었을 거라고 외교가에서는 보고 있다.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