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 간 수사권 조정에 대해 국민 과반수가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수사권을 지키려는 검찰과 이를 가져오려는 경찰의 갈등은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번 정부에서 갈등과 논란이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는 tbs 의뢰로 실시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국민여론 조사결과’를 5일 공개했다. ‘수사를 지휘하고 마치는 등의 수사권을 현행 검찰에서 경찰로 이전하는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57.9%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한다’는 응답자 비율은 26.2%로 찬성의 절반에 못 미쳤다.
찬성 여론은 전국 모든 지역과 연령대에서 반대 의견보다 높았다. 지지정당별로 봤을 때 자유한국당, 이념 성향별로는 보수층에서만 반대 여론이 더 많았다. 자유한국당 지지층의 반대 비율은 64.4%(찬성 21.4%), 보수층의 반대는 52.1%(찬성 37.6%)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501명을 대상으로 4일 하루간 이뤄졌다.
<검ㆍ경 수사권 조정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단위: %)
*자료=리얼미터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논란은 1962년 5차 개헌 당시 ‘검사에 의한 영장 신청’을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명시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이 경찰 수사를 지휘할 수 있도록 법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에 경찰은 독자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법으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했다. 2004년 참여정부가 검ㆍ경 수사권조정협의회를 발족해 관련 논의를 시작하면서 검찰과 경찰의 갈등이 본격화했다. 2011년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가 추진해 경찰의 독자적 수사 개시권이 형사소송법에 명시됐다. 그러나 수사 지휘 범위를 규정하는 대통령령 제정을 놓고 검찰과 경찰의 갈등은 계속됐다.
현행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수사의 주체는 검사이고 사법경찰관리는 검사의 지휘를 받는 보조기관으로 규정돼 있다. 검사가 수사를 지휘하고 종결하며, 기소하는 것도 검사만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청와대는 직접 관계기관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해 검경 수사권 조정안 윤곽을 잡아가고 있다. 이 논의에서 검찰이 배제되면서 ‘검찰 패싱’ 논란이 일기도 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수사권 조정 작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문 총장은 수사권 조정을 위해서는 대선공약인 자치경찰제 도입이 전제돼야 하며 경찰의 수사종결권 등 사법통제의 사각지대가 인정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큰 틀에서 수사지휘와 기소독점권을 내줄 수 없다는 것이다. 자치경찰제는 지역 주민이 뽑은 지방자치단체장 아래 자치경찰을 두는 제도다. 지자체장이 지역 경찰청장을 임명하고 경찰을 선발할 수 있다. 지역 경찰은 지역 밀착형 경찰 업무를, 국가 경찰은 여러 지역에 걸친 범죄나 중대 범죄 수사를 담당하게 된다.
정부는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제 도입을 개별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지난 2일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는 수사권 조정과 관계없이 2020년 자치경찰제를 전면 시행한다는 방안을 밝혔다. 정순관 자치분권위원장은 “자치경찰제의 전면 추진을 검경 수사권 조정의 전제조건으로 인식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며 문무일 검찰총장의 발언에 불만을 표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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