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냉각수 파이프 매설 공사”
“유리한 회담 위해 의도적 노출
보상 더 받기 위한 카드” 관측도
비핵화가 핵심인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영변 핵 시설을 보강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협상력 강화를 위한 의도적 노출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 대북 전문 매체인 38노스는 4일(현지시간) 북한 영변에서 5메가와트(㎿) 실험용 원자로의 냉각탑 부근 강둑을 따라 새 굴착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30일 촬영된 상업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다.
38노스는 북한이 영변의 구룡강을 따라 또 다른 냉각시설을 만들기 위한 공사일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최근 완공된 저수지와 인공수로, 댐 등과의 연계로 냉각수를 원활히 공급해 향후 원자로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아울러 원자로 냉각 뒤 강으로 뜨거운 물을 버릴 때 발생하는 수증기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현재 원자로는 가동되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부 소식통은 5일 “강둑 굴착 작업은 지난해 연말부터 지속됐는데 냉각수 공급용 파이프를 매설하는 공사인 것으로 보인다”며 “5㎿ 원자로도 현재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영변의 5㎿ 원자로를 1년 간 가동하면 핵무기 1기를 제조할 수 있는 플루토늄이 확보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2008년 6월 영변의 냉각탑을 폭파하면서 원자로를 식힐 때 공기가 아닌 인근 강물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북한의 이런 움직임을 놓고 향후 영변 핵 시설 가동 중단에 대비해 한미 양측으로부터 보상을 더 받아내기 위한 카드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좀더 유리한 위치에서 북미 비핵화 논의를 끌어가려는 의도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북한의 핵 위협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선임연구위원은 “영변 5㎿ 원자로는 워낙 낡은 시설이어서 출력을 키워봐야 핵무기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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