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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근로혁명’ 길을 묻다] ITㆍ스타트업계도 ‘근로시간 단축’ 반응 갈려

입력
2018.04.09 04:4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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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는 데 장애물” “장시간 노동관행 개선”

앱 개발사ㆍSI 업계 등 “법적용 유연하게 해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밤샘 근무’ ‘24시간 대응체제’ 같은 말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정보통신(IT) 업계와 스타트업 사이에선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앞두고 업체 규모와 서비스 특징에 따라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처럼 이미 탄력근무제를 도입한 대형 IT업체완 달리, 소규모 스타트업을 이끄는 대표들은 한숨이 깊다. 당장 올 7월부터는 아니더라도, ‘돈과 사람이 절대 부족한’ 업계의 특성상 2~3년이 지나도 뾰족한 대책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직원 수 5명인 한 스타트업 대표는 “대기업과 똑같이 근무해서는 경쟁이 안 되는 구조”라며 “그들이 10년 동안 이룬 걸 우리는 1년 만에 해야 하니, 핵심 인력들은 자발적으로 주당 100시간 가까이 근무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제도의 방향엔 공감하지만, 이렇게 일률적으로 근무 시간을 강제하는 건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스타트업이 살아남는 데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출시일이 정해져 있거나 주기적으로 업데이트가 진행되는 어플리케이션(앱) 개발사의 경우, 서비스 품질 저하를 우려한다. 24시간 운영되는 온라인 장터를 서비스하는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서비스 장애가 나면 새벽이든 주말이든 뛰어나가 대응해야 하는데, 52시간 근무를 초과했다고 손을 놓아버릴 순 없는 노릇”이라며 “서비스 안정화가 어려운 초기 창업자들은 훨씬 더 힘든 상황일 것”이라고 걱정했다.

통상 ‘갑’ 업체의 발주를 받아 빠듯한 기한에 마감을 맞춰야 하는 SI(시스템 구축) 업계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업무 특성상 밤샘과 초과 근무가 일상인데, 대기업은 그나마 상황이 낫지만 ‘저비용 고효율’을 추구하던 중소 업체들은 난감하다는 분위기다.

때문에 업계에선 법 적용을 유연화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기획-디자인-개발-테스트 단계로 진행되는 업무 특성상 프로젝트 초반과 후반에 일이 몰리는 부서가 각기 다른데, 일률적으로 주 52시간 근무를 적용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앱 개발사 인사 관계자는 “서로 전문 분야가 다르니 일을 나눠 할 수 없는 구조”라면서 “일이 없을 때는 빨리 퇴근하더라도 일이 몰릴 때는 시간을 많이 투자할 수 있도록 노동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편에선 업무 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IT업계의 특징을 살리는 회사도 있다. 지난해 ‘주 35시간 근무제’를 전격 도입한 위드이노베이션 이선용 인사총괄(CHO)은 “처음엔 실패할 거란 우려도 있었지만 오히려 직원들의 효율이 오르며 회사 매출과 거래액 모두 2배씩 성장했다”면서 “요즘도 계속 초과 근무 부서를 모니터링하면서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노동자와 회사가 협의할 경우엔 근무시간을 좀 더 탄력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면서 “매번 업무가 몰릴 때마다 프리랜서를 단기로 채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간 장시간 노동에 신음하던 IT업계 직원들 사이에선 환영의 목소리도 들린다. 3년차 SI업계 개발자 김모(32)씨는 “그 동안은 아침 9시 출근, 저녁 11시 퇴근도 모자라 주말까지 일하는 경우가 허다했다”면서 “법을 강력히 적용해 ‘최대한 싸고 빠르면서 24시간 돌아가는’ 시스템을 요구하는 기업들의 인식까지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관련 스타트업 개발자 양모(30)씨는 “‘인력 갈아 넣기’ 식으로 운영되는 회사는 고급인력들도 외면한다”며 “착취 구조는 결국 비숙련 인력으로만 자리를 메우는 악순환을 낳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이런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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