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6% 올랐지만 타격 더 커
3D 업종이라 외국인 노동자 많은데
숙식비는 최저임금에 포함 안 되고
신입 급여 오르니 숙련공도 올려줘
재정 나빠졌는데 근로시간도 준다니…
정부, 뿌리산업 아우성 귀 기울여야”
“진작 떠났어야 했는데 괜히 고집을 부려서….”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20년 가까이 표면처리(도금) 업체를 운영 중인 J씨는 4년 전 자신의 선택이 아직도 후회된다. 당시 J씨는 세계적 명품 가방업체 C사가 가방에 들어가는 ‘지퍼’와 ‘금속 장신구’ 독점 공급을 보장하며 필리핀에 전용 생산기지를 만들지 않겠냐고 했던 제안을 한마디로 거절했다.
J씨는 국내에 4명밖에 없는 표면처리 명장 중 한 명이다. 정부는 15년 이상 산업현장에서 일하고 최고의 숙련기술을 보유한 사람을 명장으로 인정하고 있다. 명장 J씨가 운영하는 회사는 국내 대표 표면처리 업체로 C사를 비롯해 국내외 명품 업체 다수에 금속 가공물을 공급하고 있다.
J씨는 “동료 업체들이 중국, 베트남 등으로 하나 둘 떠날 때도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자는 생각으로 버텨왔다”며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보니 내 생각이 틀렸고 그들이 옳았다. 왜 진작 떠나지 않았는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의 후회는 올해 16.4% 오른 최저임금과 오는 7월부터 본격 시행되는 근로시간 단축 법안과 관련이 깊다. 시간당 1만원도 안 되는 최저임금을 16% 올렸다고 회사 경영에 얼마나 타격이 되겠냐는 지적도 있지만 J씨의 얘기를 들어보면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니다.
그는 “표면처리는, 힘들고 급여는 적은 3D 업종이라 외국인 노동자가 많다”며 “하지만 이들에게 제공하는 식비, 숙식비 등은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아 다른 업체보다 그만큼 부담이 큰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존 외국인 숙련공과 기술 없는 신입의 급여 격차가 갑자기 줄어 숙련공 급여를 올려주다 보니 올해 인건비 부담은 작년보다 실질적으로 40% 이상 늘었다”고 털어놓았다.
내년과 내후년에도 최저임금을 올리겠다는 정부 계획에 J씨는 아예 사업을 접을 생각도 하고 있다. 그는 “나이도 많고 좋은 기회도 놓쳐서 이제 외국에 나가서 뭐하겠냐는 생각이 든다”며 “공장 3개를 운영하고 있는데, 수지가 안 맞으면 차례로 공장을 폐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근로시간 단축은 이런 사업정리 계획을 더 확고하게 했다. J씨의 공장들은 국내 대표 도금업체지만 종업원 300명이 안 돼 당장 올해 법 적용은 피했지만 이는 근본적 해결책이 안 된다. 그는 “인건비 부담을 차치하고라도 공장을 예전 수준으로 돌리려면 사람을 더 뽑아야 하는데 3D 업종인 이 분야에 정부 생각처럼 취직하려는 내국인은 거의 없다”며 “근로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늘리자는 정부 계획은 중소기업 하는 사람 처지에서 보면 현실성 없는 이상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장의 목소리를 차분히 듣고 정책의 시행 속도를 조절해 달라고 정부에 당부했다. 그는 “표면처리 업계에선 나름 사정이 괜찮은 우리 회사도 이 정도인데 다른 회사 사정은 말할 것도 없다”며 “정부가 뿌리 산업을 살리자고 강조하면서 우리 같은 업체들이 죽어가는 소리를 왜 듣지 못하는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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