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군비 경쟁이 핵ㆍ재래식 무기전력 등을 넘어 인공지능(AI) 무기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전 세계 군사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미지의 영역인 만큼 양국 공히 총력을 다해 전력투구 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G2가 기술 경쟁에 무분별하게 매달리면서 AI 무기 사용의 위험성에 대해선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AI 기술 개발에서 미국에 뒤쳐졌던 중국은 군사 분야에서만큼은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2030년까지 국방 등 모든 분야에서 인공지능 기술 최강국이 되겠다는 목표도 천명했다. 핵심은 미국 따라 하기다. 후발 주자지만 미국의 정책을 그대로 옮기는 모방 전략으로 격차를 좁혀 나가는 모습이다. 이를테면 세계 최초로 원자폭탄을 만든 미국 로스 알라모스 국립연구소(LANL)를 본떠,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국가 주도의 연구센터를 따로 만드는 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은 정부가 군부와 민간 영역에 깊이 관여할 수 있는 집약적 구조다”고 설명했다.
WSJ가 소개한 중국의 AI 무기 개발은 기초 과학분야가 주를 이뤘다. 이미 미국을 압도한 슈퍼컴퓨터 기술을 십분 활용, 현존하는 것보다 10배 빠른 속도의 슈퍼컴퓨터를 개발 중에 있고, 복제와 감청이 원천적으로 불가한 보안 통신인 양자 위성통신 기술력 역시 맨 선두에 서 있다는 평가다.
중국의 체계적 도전에 마음이 바빠진 건 미국이다. 미국은 AI 기술을 구글 등 민간 기업이 선도해 왔던 데 비해 국가 차원의 노력은 뒤떨어졌다. 그러나 중국의 추격이 거세지자 미국 국방부는 2015년 AI 기술을 보급하기 위한 사무소를 설립했다. 또 AI 기술 관련 신생 벤처기업과 협력 계약을 체결하거나, 신경구조와 유사한 컴퓨터 칩을 연구하는 IBM 연구원을 채용하기도 했다.
미국은 일단 기존 무기에 AI 기술을 접목하는 접근을 하고 있다. 공군의 경우 최첨단 전투기인 F-35에는 레이더 및 주변 상공 정보를 AI가 분석해 최적의 판단을 조종사에게 제공해 주는 기능이 탑재돼 있다. 파일럿 없이 자동 조종 장치로 운영되는 무인 헬기의 경우 스스로 공중 방어에 나설 수 있다. 미사일의 경우 레이더 측정 또는 미사일 요격 등 개별 미션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양국의 AI 군비 경쟁은 예산 지출에서도 확인된다. 미국의 경우 국방비 중 AI 기술에 소요되는 예산이 지난해 74억달러에 달했다. 2012년 56억달러에 비해 4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중국은 국방 분야에서 AI 개발 지출 규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관계자들은 수치가 매우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데 이견이 없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AI 군비 경쟁이 과열되는 데 우려의 시선도 보내고 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전투 현장에서 AI 기술이 적용된 군사 무기가 오작동하지 않고 효과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 남기 때문이다. 공격 목표를 정할 순 있지만 결국 결정은 인간의 몫이라는 점에서 이를 통제할 수 있는 고민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