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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억 쓴 내역이 달랑 2장 “한미연구소, 계모임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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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억 쓴 내역이 달랑 2장 “한미연구소, 계모임이냐”

입력
2018.04.10 04:4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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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가 11억으로 가장 많아

세부 항목 38개로 구분했지만

사용 증빙서류는 첨부 안 해

“시골 계모임도 이렇게 안 할것”

당시 여당 이학영 분통 터뜨려

KIEP, 한달 만에 개선안 보고

“한미硏 모든 경비 영수증 제출”

미국 존스홉킨스대 산하 한미연구소(USKI)가 지난해 8월 감독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제출한 2016년 결산보고서. 20억 원의 예산을 담은 내역이 단 2장에 불과하다. 오른쪽은 로버트 갈루치 USKI 이사장. 한국일보, 연합뉴스
미국 존스홉킨스대 산하 한미연구소(USKI)가 지난해 8월 감독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제출한 2016년 결산보고서. 20억 원의 예산을 담은 내역이 단 2장에 불과하다. 오른쪽은 로버트 갈루치 USKI 이사장. 한국일보, 연합뉴스

“시골 계모임도 이렇게까지는 안 할 겁니다.”

지난해 8월 21일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 정무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이학영 의원이 목청을 높였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매년 20억여 원을 지원해온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SAIS) 산하 한미연구소(USKI)의 불투명한 예산운용을 질타하는 자리였다. 이 의원은 “작년과 올해 예산이 21억원이나 가기 때문에 자료를 받아보고 조사하려 했더니 이렇게 두 장이 왔다”며 “21억짜리 보고서입니다. 이것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너무한 거지요”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9일 본보가 입수한 문제의 두 장짜리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USKI는 2016년 한 해 동안 운영비, 인건비, 프로그램 비용의 크게 3가지 항목으로 나눠 173만3,469달러(현재 환율로 약 18억 5,134만원)의 예산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총 38개 세부항목으로 구분해 당초 계획한 예산과 집행한 예산을 비교해놨지만, 실제 USKI가 각각의 항목에 얼마의 예산을 사용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증빙서류는 첨부돼 있지 않았다. 국회 관계자는 “정무위에서는 국민의 세금인 소관부처 예산을 단돈 백만 원이라도 깎으려고 눈에 불을 켠다”며 “2014년부터 자료제출을 요구했는데 USKI는 달랑 이것만 보내왔다”고 말했다.

내역을 살펴보면, 인건비가 102만8,169달러(10억9,962만원)로 가장 많았다. 정규직원 7명, 파트타임 6명, 한국어프로그램 담당직원 4명에게 지급한 돈이다. 이어 한국어 교육과 미국 내 네트워크 구축, 연구활동 등 프로그램 비용으로 34만1,836달러(3억6,559만원)를 썼고, 임대료와 전화요금 등 운영비로 13만6,607달러(1억4,610만원), SAIS 간접경비로 22만6,857달러(2억4,262만원)를 사용했다. 이에 대해 국회 정무위는 “USKI는 결산 관련 자료 제출이 미흡하고 방문학자나 인턴십 공모ㆍ선발절차의 투명성이 부족하다”며 “사업성과와 예산집행의 적절성에 대해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는 시정요구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USKI가 제기하고 있는 ‘인사외압’ 주장이 문재인 정부의 무리한 적폐청산에 기인한 건지, USKI의 낮은 실적과 불투명한 재정이 원인이었는지를 두고 논란이 분분한 가운데, USKI가 지난해 국회 정무위에 매우 성의 없는 부실 보고를 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다만 USKI가 실제로도 재정ㆍ회계가 불투명했던 건지, 국회에 제출한 자료만 미비했던 것인지는 불명확하다. 현재 로버트 갈루치 USKI 이사장은 “USKI는 불필요할 정도로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USKI 초대 이사장을 지낸 주용식 중앙대 교수도 본보 통화에서 “청와대가 보고서 두 장 줬다고 하는데 제가 갖다 준 것만 몇 박스였다”며 “이상하게 국회에서 못 받았다고 하는데, 보고서는 확실히 다 보내드렸고 2,000~3,000페이지나 됐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이어 “KIEP 담당자가 너무 많이 왔다고 해서 다음부터는 CD와 USB에 담아 보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정무위 질타 후 한 달 만에 USKI의 감독기관인 KIEP는 국회에 개선방안을 보고하며 “USKI가 모든 경비를 영수증을 첨부해 미국 내 상급기관인 SAIS에 제출했고, 그 확인서를 최종 감독기관인 KIEP가 받았다”고 밝혔다. KIEP는 또 존스홉킨스대에서 USKI에 대한 회계감사를 했지만 문제가 없었다고 보고했다. USKI가 국회 지적 이후 최소한의 후속 조치는 했다는 의미이다. 다만 KIEP가 SAIS로부터 확인서만 받았을 뿐, 매년 20억원에 달하는 구체적 지출내역에 대한 영수증을 일일이 확인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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