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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기본급+수당 관행이 장시간 근로 불러… 임금체계 개선을”

입력
2018.04.11 15:4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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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간당 노동생산성 33달러

OECD 평균에 한참 못 미쳐

근로시간 줄고 임금 올린 만큼

근무형태 변화로 생산성 높여야

대기업이 하도급 납품단가에

최저임금 인상분 반영 등

동반성장 상생 노력도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제2의 근로혁명이 성공하려면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주 52시간 근무와 최저임금 인상만으론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근무시간을 줄이면서 임금까지 인상하려는 이상(理想)이 자칫 기업경쟁력과 노동자 삶의 질을 끌어내리는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인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한편, 유연근무제 제도 개선, 임금체계 개편 등 보완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근로혁명의 목표와 한국경제 현실 사이의 틈을 좁히기 위한 첫 단추는 장시간 근로 관행을 고치기 힘들게끔 왜곡된 임금체계를 바꾸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낮은 기본급에 온갖 수당을 붙여 임금을 지급하는 관행이 1990년대부터 이어지면서 지금의 장시간 근로 문화를 불러왔다”며 “기본급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바꾸면 노동자는 연장ㆍ휴일근로를 자청하지 않아도 되고, 기업주 역시 최저임금이 오르는 것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임금구조에선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기본급과 연동돼 오르는 상여금ㆍ성과급 등도 덩달아 상승해 기업주 부담도 더욱 커진다.

근로혁명이 지속가능하려면 근로시간이 줄어든 만큼 노동생산성도 높여야 한다. 근무행태 변화 없이 근로시간만 줄어들면 기업 경쟁력이 떨어지고, 일자리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내 노동자의 시간당 노동생산성(32.9달러ㆍ2016년 기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47.1달러)에 한참 못 미친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무조건 주 52시간 노동시간을 지키라고 할 게 아니라, 일이 몰리는 시기와 일이 없는 시기를 구분해 노동시간을 탄력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독일에선 노동자가 계약한 근로시간을 초과해 일한 만큼을 나중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를 시행 중이다. 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탄력근로제를 쓸 수 있는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일본ㆍ독일ㆍ프랑스처럼 1년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탄력근로제는 일이 몰리는 때는 근로시간을 연장하되, 일이 없는 시기에는 단축해 평균 근로시간을 법정 기준에 맞추는 제도다.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으로 직격탄을 맞게 된 중소기업(직원 수 300인 이하)에 대한 지원은 충격 완화와 인력 수혈 등 두 갈래로 나눠 진행할 필요가 있다. 50~299인 기업은 2020년 1월, 5~49인 기업은 2021년 7월부터 근로시간 단축(주당 최대 근로시간 68시간→52시간)이 적용된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연착륙을 위해 의무시행 전 근로시간 단축을 조기 도입한 중소기업에는 4대 보험료 감면, 임금 손실분 보전 등 파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금형ㆍ주조 등 뿌리산업 중소기업의 42%가 하도급 업체인 상황을 감안해 대기업 원청이 납품단가에 최저임금 인상분을 반영하고 최소 납품 물량을 보장해주면, 동반성장지수 계산 시 해당 대기업에 가점을 주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주야 맞교대를 하는 중소기업에는 교대제 개편 컨설팅을 제공해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근로시간이 줄면 그만큼 새로운 노동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근무조건이 열악한 중소기업은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이 교수는 “대기업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자제해 그 금액을 협력업체로 돌리는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 연구위원은 “뿌리산업인 중소 제조업의 경우 외국인 노동자 의존도가 점차 높아지고 고령화도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며 “특성화고ㆍ마이스터고 졸업생들이 중소기업에 먼저 취업한 뒤, 이들이 일하면서 대학에 진학해 핵심인력으로 성장하는 생애주기별 지원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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