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로비성 출장 외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11일에는 김 원장이 19대 국회의원 임기만료 직전 쓰고 남은 정치후원금으로 여비서와 유럽 외유를 다녀오고, 경영권 분쟁이 벌어진 효성그룹 오너가에서 수상한 후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고구마 줄기 캐듯 매일 불거지는 양상이다.
김 원장은 대표적인 참여연대 출신 개혁 인사다. 문재인 대통령이 금융 비전문가임에도 그에게 금융개혁의 중책을 맡긴 배경일 것이다. 그는 의원 시절 우리 사회의 로비 문화 척결을 명분으로 ‘김영란법’ 제정을 주도했다. 교사가 학생에게서 1,000원짜리 캔커피 하나만 받아도 위법이 될 만큼 엄격한 법이다. 이처럼 공정과 정의를 외쳐 온 인물이 피감기관 돈으로 호화 외유를 다녀오고 정치후원금을 흥청망청 써댔다니 국민이 느낄 배신감과 당혹감이 어느 정도일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김 원장은 피감기관 돈으로 해외출장을 간 것이 관행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의 이율배반적 행동과 부적절한 처신을 ‘관행’이라는 한마디로 덮을 수는 없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김 원장을 뇌물죄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정의당은 물론 참여연대와 함께 시민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김 원장 사퇴를 촉구했다. 금융검찰로 불리는 금감원장은 엄격한 도덕성과 청렴성이 요구되는 자리다. 도덕성에 큰 흠집이 난 김 원장이 금융개혁을 제대로 추진할 수 없음은 불문가지의 일이다. 김 원장은 더 이상 정권의 부담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기 바란다.
지금까지 김 원장을 싸고돈 청와대 행태는 납득하기 어렵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김 원장에 대해 “국민 눈높이엔 맞지 않으나 해임할 정도는 아니다”는 궁색한 해명을 내놓았다. 인사검증을 맡은 조국 민정수석은 김 원장과 같은 참여연대 출신이다. 청와대 정책실장, 공정거래위원장, 국민권익위원장, 재정개혁특별위원장 등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권력 핵심을 동종교배로 채우니 국민들이 제대로 된 검증과 견제가 이뤄진다고 믿겠는가. 인사검증 잣대는 공정해야 하는데, 왜 청와대 잣대는 내편에만 관대한지 이해할 수 없다. 진보 진영에서조차 ‘적폐 청산’이 아니라 ‘적폐 생산’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상황이다. 청와대는 인사검증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조 수석에게 부실 인사검증 책임을 물어야 한다. 민심이 이반하면 개혁의 동력도 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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