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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까짓 게 선생이냐” 폭언에 무너지는 교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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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까짓 게 선생이냐” 폭언에 무너지는 교권

입력
2018.04.11 20:0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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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교사에 욕설ㆍ성희롱

서울선 폭행도 5년새 96건

“아이들 관리 못한다” 낙인 두려워

피해 입고도 공론화 쉽지 않아

처벌 가능한 교보위 유명무실

강제전학도 다른 학교에 부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경기 용인시의 한 고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인 A(43)씨는 얼마 전 학생으로부터 “네까짓 게 선생이냐”는 폭언을 들었다. 청소 지도를 하던 참이었는데, 한 학생이 대뜸 “나한테 명령하지 말라”고 욕설을 하기 시작한 것. 충격을 받은 A씨가 학생을 다른 반으로 보내달라고 학교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일을 그만둬야 하나 고민도 했지만 20년 가까운 교직 생활에 오점을 남기기 싫어 견뎌보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A씨는 병가를 내고 정신과 치료까지 받아야 했다.

#서울 한 중학교 초임 교사인 B(27)씨는 수업 중 한 학생에게 “이게 뭘까요”라는 질문을 받고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 학생 손에 찰흙으로 만들어진 남성 성기 모양 물체가 들려 있었다. B씨는 학생을 처벌할까 고민도 했지만, 포기해야 했다. 유난스러운 사람으로 보일 것 같다는 생각에 참고 지내기로 한 것이다. B씨는 “동료 교사들도 ‘학생을 상대로 문제 키우지 말고 참으라’고만 하더라”고 한숨을 쉬었다.

교사들이 학생들로부터 폭언과 성희롱, 심지어 폭행까지 당하고 있지만 이들을 보호하는 시스템은 사실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 피해 교사들은 ‘아이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무능력한 교사’라는 낙인이 두렵다며 문제를 겉으로 꺼내지 못한 채 고통을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처지다.

교사들은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 않는다’는 말이 옛말이 된 지 오래됐다고 한다. 학생들이 교사 말을 무시하는 건 일상다반사, 교사를 대놓고 희롱하거나 폭행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최근 내놓은 교사의 교육활동 침해 현황을 보면, 2013~2017학년도에 학생이 교사에게 폭언이나 욕설을 한 게 2,386건에 달했으며 폭행을 한 경우도 96건이나 됐다.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게다가 초등학교 고학년만 돼도 남학생들이 여교사보다 체구가 커 특히 여교사들이 폭력의 대상이 되기 쉽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이들이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는데 있다. 현재 ‘교원의지위향상및교육활동보호를위한특별법(교원지위법)’에 따르면 교사가 피해를 당했을 때 가해 학생을 처벌할 수 있는 ‘학교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를 열 수 있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교보위는 사실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특별교육’과 ‘심리치료’ 처분까지만 내릴 수 있어, 피해 교사와 가해 학생을 격리하는 기본 조치도 불가능해서다. 여기에 ‘선생이 학생 하나 제어 못 하느냐’는 주변의 눈초리가 더해지면서 피해 교사들은 더욱 위축된다. 김민석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권상담실장은 “지난해 한 교사는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에게 복도에서 맞은 뒤 교단을 떠났다”며 “교사가 다른 학교로 옮기거나 교직을 그만둬야 하는 게 지금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3일 서울시교육청이 가해 학생을 ‘강제 전학’까지 시킬 수 있도록 하는 등의 교원지위법 개정안을 제안했지만 반응은 엇갈린다. 이보람 법무법인 태율 변호사는 “강제 전학을 당한 학생이 결국 또 다른 학교의 교원에게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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