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 고발 글 올라와
국회 직원들의 익명 게시판에 최근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을 둘러싼 '여자 인턴' 논란이 성차별적임을 지적하는 글이 올라왔다.
11일 페이스북 페이지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는 글쓴이가 국회 직원임을 인증했다는 글이 한 편 올라왔다. '여의도 옆 대나무숲'은 국회에서 일하는 보좌관 등이 이용하는 익명 공개 게시판이다.
이 글을 쓴 익명 제보자 A씨는 "담당 기관 관련 출장을 가도, 일을 잘해서 승진이 남들보다 조금 빨라도 '여자'라는 이유로 이렇게 물어 뜯긴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국회의원 시절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경비로 인턴과 유럽 등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이때 동반한 인턴은 여성이었다. 이후 일각에서는 "'여비서'와 부적절한 해외 출장을 다녀온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 논란이 됐다.
이에 국회 직원이라고 밝힌 익명 제보자 A씨는 "외유성 출장은 문제여도, 남자 인턴이었으면 이렇게 더러운 이야기를 들었을까"라며 "나는 앞으로 의원님과 업무상 출장 갈 일이 생겨도 이때의 기억을 떠올릴 것"이라고 토로했다.
김 원장을 수행한 인턴은 이후 9급 비서로 채용된 뒤 이듬해 7급으로 승진했다. 이를 두고 "초고속 승진"이라는 말도 나왔다.
이에 관해 국회 직원이라고 밝힌 다른 제보자 B씨는 같은 게시판에 "비슷한 승진 코스. 흔치는 않지만, 종종 있다. 평판 들어보니 일도 엄청 잘했다더라. 능력 출중한 석사 출신 직원 내부 승진시켜준 게 뭐 어때서 자꾸 이상한 눈으로 보냐"는 의견을 공유했다.
제보자 A씨는 "제 능력을 인정받아 남들보다 승진 포인트가 좀 빨라도 이때(김 원장 사태)의 기억을 떠올릴 것이다. 왜냐? 난 여비서니까"라며 "언젠가 생길지도 모르는 나의 상처가 사람들에게는 가십거리로만 소비된다"고 덧붙였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도 '여비서'를 강조하는 비난 여론에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노 원내대표는 11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김 원장은 공직의 수장이니 명예훼손으로 보호해줄 대상이 아니지만, 비서 같은 경우, 왜 비서 앞에 '여(女)'자를 붙이나"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런 논란에 대해 일각에서는 “중요한 해외 출장에 정식 직원도 아닌 인턴과 동행한 것이 문제다. 남녀 성별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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