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공습 사태 이후 미-러 여론전 치열
미국이 13일 밤(현지시간) 단행한 시리아 공습을 두고 미국과 러시아의 여론전이 벌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미 국방부는 “임무 완수”, “화학무기 심장부 타격” 등의 표현을 동원해 정밀타격의 실효성과 적절성을 자랑하느라 바쁘다. 미국은 또 시리아 화학무기 공격을 또 다시 감행 할 시 추가 공격에 나설 수 있다고 압박하고 있다. 이에 맞서 시리아 정권을 지원하는 러시아는 이번 공습을 규탄하는 안보리 결의안을, 부결될 줄 뻔히 알면서도 제출하는 등 여론전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남미를 방문 중인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시리아가 화학무기를 다시 사용한다면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방식으로 추가 조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페루 수도 리마에서 열린 제8차 미주정상회의에 참석한 펜스 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전날 이뤄진 시리아 공습과 관련, “미국은 시리아나 러시아, 이란을 포함한 그 동맹국들에 의한 어떤 보복 조치에 대해서도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도 긴급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미국은 장전돼(locked and loaded) 있다”며 시리아 정부가 또다시 화학무기를 사용한다면 추가 군사행동에 들어갈 수 있음을 시사했다. 헤일리 대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도 직접 통화했다”며 이런 강경 기조가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리아 정권이 우리의 의지를 시험할 정도로 어리석다면 이러한 압박이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시리아 화학무기 사태’에 대응한 미국·영국·프랑스의 공습을 규탄하는 내용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은 부결됐다. 이 결의안은 시리아 정권을 뒷받침하는 러시아가 제출한 했지만, 미국과 영국·프랑스가 일제히 거부권을 행사했다.
러시아가 제출한 결의안은 서방진영의 시리아 공습을 규탄하는 동시에 추가적인 군사행동을 억제하도록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 등의 반대로 결의안이 부결될 줄 알면서도 제출한 데는, 서방의 시리아 공습을 규탄하는 입장을 재확인하겠다는 의도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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