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움직임, 소리 등 데이터화
건강상태 체크하고 질병 전염 막아
시기, 지역별 출하량 조절도
세계 최대의 돼지고기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에는 ‘돼지주기’라는 말이 있다. 돼지(고기) 가격이 출렁이면 물가가 불안정해지면서 중국 경제 전반에 충격이 가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경제미디어 허쉰(和訊)망에 따르면 돼지 가격이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에 달한다. 명절 때마다 중국 정부의 최대 정책과제가 돼지 가격 안정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돼지주기는 ‘돼지고기 가격 상승 → 어미돼지 사육량 증가 → 돼지 출하량 증가 → 돼지고기 가격 하락 → 어미돼지 대량 처분 → 돼지 출하량 감소 → 돼지고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순환주기다. 2003년 이후 돼지 가격 등락폭은 최대 183%에 달했는데, 돼지고기 가격이 1㎏당 1위안(약 170원) 변동하면 양돈업계의 수익은 800억위안(약 13조6,270억원) 이상 출렁인다. 돼지(고기) 가격의 변동에 따라 축산농가를 중심으로 사료ㆍ도축ㆍ식품제조ㆍ유통 등에 관련된 1억명 이상의 ‘밥줄’이 왔다갔다 하는 것이다.
돼지 가격 변동 리스크 관리 방안을 고심하던 축산업계에 정보기술(IT) 대기업 알리바바가 손을 내밀었다. 지난 2월 양돈업체 데콘그룹, 사료업체 테구그룹 등과 협약을 맺은 뒤 돼지 사육 과정에 영상ㆍ음성인식이나 온도센서 등을 결합한 인공지능(AI)기술을 광범위하게 적용시키고 있다. 사육 중인 각각 돼지의 평소 움직임 정도와 이동경로를 데이터화해 이상 여부를 감지하거나 돼지의 기침소리로 질병을 판별해내고, 어미돼지의 이동습관을 분석해 새끼돼지들이 밟혀 사망하는 비율을 최소화하는 식이다.
기본적으로는 출생부터 출하까지의 이력이 모두 데이터로 축적되고 관리되기 때문에 사육원가를 낮추는 동시에 시기ㆍ지역별 출하량 조절이 가능하다. 사료 투입량과 각 돼지의 운동량을 교차분석해 살코기와 비계의 비율을 판별해냄으로써 고기의 품질도 보장할 수 있고, 식중독 등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역추적해 원인을 밝혀내고 대체 유통망을 마련할 수도 있다. 알리바바 측은 “돼지의 사망과 질병 전염 등을 막고 출하량을 조절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농가의 수익을 높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돼지 안면인식기술까지 개발됐다. 중국 양돈 산업체계 국가수석과학자인 중산(中山)대 천야오성(陳瑶生) 교수가 개발한 이 기술은 스마트폰 앱에 돼지의 얼굴 사진을 이력번호ㆍ품종 등과 함께 등록한 뒤 식습관과 건강상태를 손쉽게 모니터링할 수 있다. 지난달 말까지 광둥(廣東)성 일대 축산농가 1,692곳에서 돼지 16만8,821마리가 등록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이 시스템도 출하까지의 전 과정을 데이터베이스화함으로써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출하 시점과 물량을 조절할 수 있어 돼지 가격 변동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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