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무기 사용이 명분이지만
시리아가 러시아로 넘어갈까
견제하는 성격이 강해
러시아ㆍ이란 즉각 반발
중국도 안보리서 공습 규탄
양측 모두 확전은 부담
미국ㆍ프랑스ㆍ영국 등 서방 3개국 연합이 14일 새벽(시리아 현지시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명분으로 시리아를 폭격했다. 러시아와 이란 등 시리아 정부를 지지하는 국가들이 즉각 반발하고 중국 역시, 러시아 편 들기에 나서면서 시리아를 둘러싸고 신(新) 냉전이 도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 마저 나오고 있다. .
미국 국방부에 따르면 서방 연합은 이날 중동 일대에 배치된 해ㆍ공군 전력을 동원해 100여발의 미사일과 전투기를 동원, 1시간여 동안 시리아 내 화학무기 개발ㆍ생산 관련 표적을 공격했다. 수도 다마스쿠스와 중부 도시 홈스 인근 화학무기 연구시설과 저장고, 중요 군사 지휘소 등이 타격 대상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영국과 프랑스, 미국은 정의로운 권력을 집행해 (시리아 정부군의) 야만성과 잔혹성에 대응했다”고 밝혔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공격 직후 성명을 통해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사용을 비판하며 공격 명분으로 삼았다.
이번 공격은 앞선 7일 다마스쿠스 동쪽 반군 점령지인 동(東)구타 두마에서 발생한 화학 공격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서방 지도자들은 화학무기 사용을 아사드 정권이 넘어서는 안 되는 ‘레드 라인’이라고 강조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4월에도 북부 이들리브주 반군 점령지에 발생한 화학무기 공격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시리아 샤이라트 공군기지를 폭격한 바 있다.
하지만 시리아 정부와 이를 지지하는 러시아와 이란 등이 즉각 반발하면서, 시리아를 둘러싼 동서 대결구도는 더욱 심화하고 있다. 이들은 화학무기 공격 자체가 시리아 반군과 서방이 조작한 가짜라는 입장이다. 이번 공격도 명분 없는 국제법 위반이라며 도덕적 책임을 서방 쪽에 돌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4일 “시리아의 인도주의 위기를 더욱 심하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 메이 총리를 “범죄자”라고 비난했다.
중국 역시 서방 연합군의 공습을 규탄하며 미국과 대립각을 세웠다. 마차오쉬(馬朝旭)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시리아 공습 이후 러시아가 마련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미국 등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되자 “일방적인 군사 행동은 국제법에 저촉될 뿐만 아니라 시리아 문제 해결에 새로운 변수를 더할 뿐이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가 마련한 결의안에는 중국, 볼리비아 2개국만 찬성했다. 반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소속 국가들, 이스라엘ㆍ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의 반(反)아사드 성향 국가들은 공습 지지를 표명했다.
이번 공습의 실효성 여부에 대해서도 양측 주장이 엇갈렸다. 러시아 국방부는 “시리아군이 보유한 구 소련 시절 방공망이 미국 측 미사일 71개를 격추했다”고 주장했고 아사드 정권 역시 “공습 피해가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반면 미 국방부는 “방공망 저항은 거의 없었다”라며 시리아의 화학무기 개발 능력을 수 년 전으로 되돌렸다고 자평했다.
표면상 화학무기가 명분이지만, 시리아 공습은 신(新)냉전 구도에서 시리아가 러시아 세력권으로 넘어가는 것에 대한 서방의 견제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미ㆍ러 모두 확전을 부담스러워하고 있기 때문에 시리아 내부 세력구도가 급변하거나 양대 강국이 정면충돌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도 러시아를 의식, 이번 폭격에서 민간인과 러시아군 등 해외 표적을 피하고 화학무기 관련 의심 시설만 정밀 폭격하도록 지시했다. 또 아사드 정부군이 화학무기 사용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당분간 추가 공습은 없다고 못 박았다. 러시아 역시 공습이 진행되는 동안 시리아 내 배치된 자국의 최신 방공 시스템은 가동되지 않았다고 밝혔으며, 보복 공격을 준비하는 조짐도 보이지 않고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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